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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기원 올 5월 '해저기지' 설계 완료
GPU 80개 데이터센터 모듈 탑재도 가능
AI 시대 데이터센터 식히기 바쁜 기업들
냉각 유리한 곳 찾아 고위도·해저·우주로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사람 3명이 수심 30m에서 약 한 달간 머무를 수 있는 해저 기지를 바다 속에 설치한 모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그림. 지난 5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설계 완료한 이 기지의 가운데 메인 모듈에는 기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설비가 들어간다. 여기와 연결된 양쪽 구조물은 각각 거주 모듈과 수중 데이터센터 모듈이다. 해양과기원 제공


수심 30m, 어둡고 고요한 바닷속. 유선형 타원 본체를 중심으로 좌우에 원통형 모듈 두 개가 나란히 연결돼 있다. 얼핏 보면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이 구조물은 '해저기지'다. 사람 3명이 최대 28일간 머무르면서 바닷속 공간의 활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일종의 수중 정거장이다. 연구·거주·데이터센터의 세 가지 기능이 분리된 구조로, 그중 고성능 서버가 밀집한 데이터센터 모듈이 단연 눈에 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80개가 탑재될 수 있는 이 공간은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가운 바닷물을 활용한다.

이 해저기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현대건설, SK텔레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23개 기업·기관과 함께 올 5월 설계를 완료했다. 10분의 1 크기의 축소 모델을 활용한 환경 모사 실험에서 전력소비효율(PUE) 1.1을 기록했고,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전체 운영 비용이 약 38% 절감되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해역에서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되면, 2035년까지 울산 앞바다에 최대 10만 대의 서버를 수용하는 해저 데이터센터 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업들까지 나서서 수중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 때문이다. 냉각 비용이 전체 운영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냉각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자연 냉각이 가능한 환경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설계한 해저기지의 내부 구조도. 수중 데이터센터 모듈은 그래픽처리장치(GPU) 80개가 탑재되는 규모다. 해양과기원 제공


정유사는 냉각유, 테크기업은 냉각설계

데이터센터 냉각기술 비교. 그래픽=이지원 기자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공기 온도를 낮춰 서버를 식히는 '공랭식'이다. 서버에서 나오는 더운 공기를 냉각 장치인 코일로 빨아들여 냉수를 통해 식히고, 차가워진 공기를 다시 서버 쪽으로 공급해 순환시키는 방식이 많다. 이렇게 공기를 매개로 하는 냉각은 설계가 단순하고 운영이 쉽지만, 전력 소모가 크고 냉각 효율이 낮아 고밀도 AI 서버 냉각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물을 이용한 '수랭식'이 최근 주목받는다. 특히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에 수랭식 냉각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그중 '직접액체냉각'(DLC)은 GPU 칩 표면에 냉각수가 흐르는 금속판을 밀착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냉각 팬을 사용하지 않아 소음과 먼지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른 수랭식인 '액침냉각'도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서버 전체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담가 식히는 방식이다. DLC보다 냉각 범위가 넓고, 부품 간 온도 차이 없이 균일하게 식힐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서버 부품이 액체에 완전히 노출됐을 때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GS칼텍스 같은 정유사들이 액침냉각유를 개발 중이고, 삼성SDS 등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선 관련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 실험서 해저 서버 고장률 육지보다 낮아

스웨덴 룰레오에 위치한 메타의 데이터센터 내부에 여러 대의 냉각 팬이 설치돼 있다. 메타 제공


냉각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법 외에, 데이터센터를 아예 저온의 환경에 지어 자연 냉각을 하려는 시도도 있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연중 평균 기온이 낮은 고위도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메타는 2013년 북극권에 인접한 스웨덴 룰레오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냉각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역시 평균 기온이 낮은 강원 춘천시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으로 서버의 열을 식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시도는 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저나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서버의 열을 내리는 방법도 고안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5년부터 '나틱(Natick) 프로젝트'란 이름의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 실험을 진행했다. 바닷속의 낮은 수온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목표인데, 분석 결과 서버 고장률이 육지의 8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최근에는 별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 없고 기후와 무관하게 24시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주 데이터센터 설립까지 논의된다. 미국 스타트업 론스타데이터홀딩스가 올해 초 달 착륙선에 실어 보낸, 책 한 권 만한 초소형 데이터센터가 우주 데이터센터의 초기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해안 수요에 적합한 틈새형 기술"

6월 25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한택희 책임연구원이 해저기지 모형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부산=김태연 기자


해양과기원의 수중 데이터센터 역시 자연 조건을 활용해 냉각 성능을 높이려는 시도다. 이 모델은 MS와 달리 외부 해수를 끌어들이지 않고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폐쇄형 방식을 채택했다. 해양 생물 부착이나 해수 오염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밀폐되는 만큼 서버 고장률이 낮아 운영 효율은 올라갈 것으로 해양과기원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열 전도율이 높은 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위도 지역의 찬 공기를 활용한 방식보다 열 제어에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검증·보완해야 할 기술 난관이 적지 않다. 장기 운영을 위한 유지·보수 방안과 함께, 수압과 염분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부식에 강한 자재, 정밀한 상세설계가 필수다. 한택희 해양과기원 책임연구원은 "모듈을 인양하거나 수중에서 일부 장비만 분리해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보완할 계획"이라며 "특히 접합부는 고압 환경에서도 밀폐성을 유지할 수 있게 더 촘촘히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중 데이터센터가 보편화하기보다 특수한 조건에서 쓰일 거라는 시각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정기적으로 교체 또는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해저에선 이런 작업이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액침냉각 같은 고효율 냉각 기술과 비교해 성능 우위를 단정하기 어렵다. 김진섭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반 상업용보다는, 다수의 수요처가 해안 인근에 몰려 있는 경우처럼 특정 입지에 적합한 틈새형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미개척 영역인 해저 공간으로 미래의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중 데이터센터 개발은 유의미하다. 지상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냉각 효율, 구조 안정성,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해저 공간의 활용성을 하나씩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해저 탐구는 우주를 탐사하는 것처럼 인류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라며 "데이터센터는 다수의 해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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