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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동해서 참치 1300마리 잡혀
어획 쿼터 제한 탓 진풍경
어민들 “기름값·인건비 손실만” 울상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에서 지난 9일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를 크레인을 이용해 덤프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김현수 기자


“어민들은 속에 천불이 나죠. 수십억이나 되는 걸 오히려 돈 주고 버리는 거 아닙니까.”

지난 9일 찾아간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정치망어선 선주 채현준씨(42)가 대형 크레인에 들려 덤프트럭으로 옮겨지는 참다랑어(참치)를 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강구항에서는 전날(8일) 강구면 앞바다에서 잡힌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치 수백 마리를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날 1300마리가 넘는 대형 참치가 무더기로 잡혔다. 평소 같으면 ‘대박’ 만선일테지만 1300마리 모두 ‘비식용’ 결정이 내려졌다. 참치는 어종 보호를 위해 국가별 쿼터(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올해 영덕·포항에 할당된 한도(53t)가 이미 꽉 찼기때문이다.

올 2월 동해에서 잡힌 314kg 참치는 무려 1050만원에 낙찰됐다. 8일 잡힌 참치를 마리당 300~400만원만 쳐도 39억~52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 나온다.

채씨는 “기름값과 인건비, 하루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조업 손실 등을 합치면 어선당 수백만~수천만원의 손실을 봤다”며 “최소 기름값은 보상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어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에서 지난 9일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를 크레인을 이용해 덤프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김현수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경북 동해안에서 참다랑어를 비롯한 난류성 어종 어획량이 크기 증가하고 있다. 고급어종인 참다랑어가 먹이를 찾아 동해안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어획 한도가 부족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연근해(육지에서 가까운 바다) 어종별 어획량을 보면, 2020년 경북지역 참다랑어 어획량은 5t에서 지난해 168t으로 4년 만에 33배 넘게 증가했다. 기타 다랑어류도 같은 기간 20t에서 304t으로 15배 늘었다.

참다랑어는 주요 먹이인 고등어·정어리 등의 어군을 따라 이동한다.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도 같은기간 541t에서 17배가량 증가한 9053t이 경북에서 잡혔다. 정어리도 885t에서 2548t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동해의 특산품인 오징어는 2020년 2만1768t이 잡혔으나, 매년 줄어 지난해 2906t을 기록했다. 4년 만에 어획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강원 동해안에서도 오징어 어획량은 8652t에서 852t으로 크게 줄었다. 올들어 ‘오징어 풍년’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작년보다는 많다는 것이지 예년 수준은 아니다.

경북도 관계자는 “고등어 등의 어종이 기후변화에 따라 동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참다랑어 무리도 같이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 8일 오전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참치) 600여 마리가 놓여있다. 강구수협 제공


8일 잡힌 1300여 마리의 대형 참다랑어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지난 6일 최대 160㎏ 달하는 참다랑어 70마리도 정치망에 갇혔다. 정치망은 국가에서 허가한 일정한 장소에 그물을 설치해 두고 오가는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선주 최모씨는 “이 기간 보통 정어리나 삼치 등이 잡히는데 올해 참다랑어가 대거 유입됐다”며 “정치망은 들어오는 고기만 잡아 팔아야 하는데, 팔지 못하는 고기가 들어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참다랑어 어획량이 통계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했다. 쿼터가 찬 상태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는 조업 중 대부분 죽은 채로 바다에 버려지기 때문이다.

채씨는 “참다랑어는 헤엄치지 않으면 그대로 질식사한다. 그물을 걷어 올리는 순간 죽게 되는 셈”이라며 “그물을 끌어 올려야 어획물을 확인할 수 있어 처음부터 참다랑어를 빼고 다른 고기를 잡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죽은 참다랑어가 바다에 버려지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제기된다. 2022년 7월 말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 쿼터 초과로 폐기된 참다랑어 수천 마리가 떠밀려 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2년 7월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 죽은 참치가 쌓여 주민이 치우고 있다. 이 참치는 정치망 어선이 잡았다가 연간 어획량 한도가 차서 버린 것이다. 연합뉴스


당시 부패한 참다랑어는 악취를 풍기며 해안을 오염시켰다. 영덕군은 해수욕장의 정상적인 운영에 차질을 빚자 긴급하게 굴삭기와 인력 수십명을 동원해 사체를 폐기했다.

어업인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급어종인 다랑어류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국가별 어종 총허용어획량을 정하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는 지난해 한국의 참다랑어 어획 쿼터를 748t에서 63% 증가한 1219t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혼획되는 참다랑어가 많아 부족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획 동향을 자세히 살펴 어획 쿼터를 탄력적으로 배정할 계획”이라며 “일본에도 참다랑어 어획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긴밀한 공조를 통해 어획량 쿼터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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