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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플레이션'에 구내식당 투어·도시락 싸오기
"진짜 최고의 복지 중 하나는 구내식당"
"도시락, 돈 아끼려 시작했는데 정성 쏟게 돼"
점심식사 9천원 이상 쓰는 직장인, 2020년 18%→작년 62%


'가성비 맛집' 구내식당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8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 회사의 구내식당에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5.7.11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저희 회사는 제 짝꿍, 본부장님, 팀장님도 도시락 싸와서 같이 먹어요. 심지어 가끔은 사장님도." (유튜브 이용자 'pos***')

"구내식당 있는 회사 6년 다니다가 없는 회사로 이직해 다니니까 소중함을 깨닫는다." (스레드 이용자 'quie***')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값 상승) 속 식비를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거나 가성비 높은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밀프렙 루틴'이나 '구내식당 맛집 투어' 등 알뜰하게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의 일상이 콘텐츠가 되고 있다.

'가성비 맛집' 구내식당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8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 회사의 구내식당에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5.7.11


"제대로 된 밥 먹으려면 만원은 기본"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 회사의 구내식당.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 구내식당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인근 직장인들이 모여들며 식당 입구까지 기다란 줄이 생겼다.

이 구내식당의 중식 한 끼 가격은 8천원으로, 식권만 구입하면 외부인도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용자가 많은 탓인지 식당 앞에는 "혼잡도 증가로 외부인은 12시부터 이용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식당 내부 테이블 대부분은 자리가 차 있어 식판을 들고 빈 좌석을 찾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식을 먹고 싶을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양모(35) 씨는 "여의도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면 1만원은 기본이고, 요즘에는 1만2천원도 거뜬히 든다"며 "이곳에서는 이모님께 말하면 밥도 리필이 되고 곰탕에 고기반찬까지 주니 말 그대로 '혜자'"라고 했다. '혜자'는 가격에 비해 양과 질이 좋다는 의미다. 앞서 GS25가 출시한 김혜자 도시락이 '가성비가 좋다'는 의미로 '혜자롭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데서 비롯된다.

또 다른 직장인 이우주(29) 씨는 "밖에서 샌드위치만 먹어도 8천원이 넘는데 밥과 국, 반찬까지 나오는 한상차림에 이 가격이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구내식당에서 계속 먹으면 물리기 때문에 인근 구내식당을 돌아다니며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6천∼8천원으로 샐러드바가 따로 있거나, 입가심으로 탄산음료를 주는 곳도 있다"며 "외부 음식점은 정말 기분 내고 싶을 때만 간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도 구내식당 이용기가 이어진다.

스레드 이용자 '_nor***'은 "진짜 최고의 복지 중 하나는 구내식당. 뭐 먹을지 생각 안 해도 되고, 따로 안 나가도 되니 시간도 절약되고, 사람 몰려서 기다릴 일도 없다"고 남겼고, 'hey***'은 "요즘 서울 구내식당 탐방 중. 음식 만드는 것도 귀찮고 점심값도 아끼고 사람 구경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 도시락 밀프랩
[인스타그램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파트장도 함께 도시락 먹어요"
3년 차 직장인 김하린(30) 씨는 일요일마다 5일 치 점심 도시락을 싸는 것이 일상이 됐다. 도시락통도 하루에 하나씩 꺼내갈 수 있도록 5개를 구비했다.

김씨는 "도시락을 싸면 한 끼에 2천∼4천원 정도 든다"며 "구내식당이 따로 없어 늘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데 한 끼를 8천∼1만원으로 계산하면 월에 10만원 넘게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을 싸오는 것은 직급을 가리지 않는다. 김씨는 "옆 파트는 파트장님도 함께 도시락을 싸서 팀원들과 먹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돈도 돈이지만 메뉴를 고르고 움직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30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이 좋다"며 "산책하거나, 뜨개질·게임을 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SNS에는 김씨처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위한 밀프렙(meal prep: 미리 만들어둔 먹거리)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식비 절약을 넘어 도시락을 예쁘게 꾸며 인증하는 문화도 생겼다.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하나의 색을 테마로 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스레드 이용자 'hee***'은 "식비를 생각해서 현실적이면서도 귀엽게 만드는 것이 나의 도시락 철학"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 'tan***'은 "돈 아끼자고 시작했다가 '날 위해 온전히 집중한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 하며 점점 더 정성을 쏟게 된다"고 남겼다.

그런가 하면 중년층은 저마다의 건강을 위해 저염, 저칼로리 식단으로 도시락을 싸기도 한다.

[스레드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점심값 9천원 이상 쓰는 직장인 62%…2020년엔 18%였는데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지난달 지수는 124.79로 약 25%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외식 물가 상승률이 1.5배 가파른 것이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점심값 급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직장인 중 점심식사 1회당 평균 9천원 이상을 썼다는 직장인은 61.9%였다.

응답률이 높은 순서대로 보면 9천원대가 24.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1만원대(18.4%), 8천원대(10%), 1만1천원대(8.9%) 등 순이었다.

2020년 조사 당시 평균 9천원 이상을 쓴다는 응답률은 18.1%에 불과했다. 4년 사이 43.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구내식당이 있는 경우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주 3회 이상 이용하고 있었다. 이용 빈도에 대해 '거의 매일'(41.2%), '주 3∼4회'(29.9%)라고 응답한 비율이 71.1%에 달했다.

1인 기준 구내식당 식대는 5천원대(24.4%), 6천원대(16.4%) 등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향후 직장 선택 시 구내식당 유무를 고려할 것인지 묻는 질의에 응답자 70.6%가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꼭 구내식당이 아니어도 식사 관련 복지를 제공해주는 회사에 호감을 느끼는 응답자는 전체의 84.6%로 집계됐다.

나날이 치솟는 외식 물가에 정부는 직장인 점심값 지원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후보자 신분이었던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인들의 점심값이나 이런 문제가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잘 안다"며 "매일매일 부딪히는 음식 물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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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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