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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74일, 2024년 281일이 '전력망 비상'
봄·가을엔 전기 남아서, 여름·겨울엔 부족해서 문제
재생e 비중 늘며 경부하기 수급 관리 난이도 급증
8일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강남구 한 공사현장에 '체감온도 경보'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2023년 이후 정부가 4일 중 3일은 전력망을 비상 체제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겨울철 외에 전력 수요가 연중 최저치에 가까워지는 봄·가을철에도 ‘경부하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한 결과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비중이 높아져 전력망 관리가 어려워진 데 더해 이상 기후에 따른 전력 수요의 계절 격차까지 더 커질 전망이어서 전력망이 사실상 상시 비상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2023년 1월 1일부터~2025년 7월 9일까지 정부의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중 대책 기간에 포함되지 않은 날은 91일(24.9%)에 불과했다. 2023년의 75.1%는 여름·겨울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나 봄·가을철 경부하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다.

2024년도 상황은 비슷했다. 2024년에는 1년 중 281일(76.8%)이 전력 수급 대책 기간에 속했다. 올해 들어서도 7월 9일까지 총 190일 중 145일(76.3%)이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었다. 여기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부터 9월 19일까지 72일 동안 2025년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25년 봄철 경부하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은 2024~2025년 겨울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 끝난 지(2월 21일) 일주일만인 2월 28일 개시됐다. 2024년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과 2024년 가을철 경부하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 사이 ‘정상 구간’ 역시 일주일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수요와 공급이 항상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수요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봄·가을철에도 비상 체제로 근무하다보니 사실상 일 년 내내 비상 체제 속에서 일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가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비상 기간이 늘어난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2023년부터 봄·가을철에 경부하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겨울철에만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했다. 자칫 전력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만 신경썼던 것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설비 비율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낮은 기간도 문제가 됐다. 석탄·석유·가스·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전통적인 발전원은 중앙에서 쉽게 작동을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전력 수요 감소에 맞춰 발전소 가동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었다.

반면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소는 출력 조절이 쉽지 않다. 햇빛이 있고 바람이 불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부분이 민간 발전소인 데다 규모도 작아 전통적인 발전원에 비해 통제하는 데 더 많은 품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전력망 관계자는 “대형 발전소들은 사전에 짜인 수급 계획에 맞춰 발전량을 통제하면 이에 따르는 체계가 형성돼있다”며 “소규모 민간발전소의 경우 일일이 소유주에게 연락을 해야하는 데다 지시에 응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직원들이 진땀을 뺀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봄·가을철 냉·난방을 중단하면 전력 수요는 바닥을 향하는데 날씨가 좋아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2025년 7월 기준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9GW로 전체 설비 용량(155GW)의 18.7%에 달한다. 올해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5월 4일 정오께 전력 수요는 35.4GW 수준까지 떨어졌다.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과 전력 수요간 차이가 대형 원전(1.4GW) 4개분에 불과했던 셈이다.

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건물 전광판에 이날 전력 수요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전력 수요가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봄·가을철 연휴 기간에는 석탄·가스 발전소를 중단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전력 당국은 경부하기 대책 기간마다 복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출력 제어를 지시하는 것은 물론 24시간 꾸준히 일정한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출력까지 강제로 줄여가며 대응하고 있다. 실제 전력 당국은 올해 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 중 사흘에 한 번꼴로 민간 발전사업자에 출력 제어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낮은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경부하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23년 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61일이었지만 2024년에는 시작 시점을 당겨 72일로 늘었다. 올해는 이를 더 확장해 3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93일간 대책 기간을 운영했다.

봄·가을철 내내 공급 통제를 고민하던 전력 당국은 여름·겨울철이 되면 정 반대의 고민을 해야 한다. 치솟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 기후로 무더위와 맹추위가 반복되면서 갈수록 연간 일일 최고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올해 8월 둘째주께 일일 전력 수요량이 역대 최고치보다 높은 97.8GW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세운 기록을 1년만에 경신한다는 이야기다.

일일 전력 최대 전력 수요는 올해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 미처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8일 일일 최대 전력수요는 95.68GW로 봄철 경부하기 대책 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1일(60.28GW)에 비해 30GW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약 5주 만에 전력 수요가 59% 뛰었다는 이야기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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