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반하면 가능’ 조건 내걸어
논란에 “시식만 하는 분 때문에…”
논란에 “시식만 하는 분 때문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권현구 기자
은퇴 후 카페 창업에 관심이 있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최근 A창업박람회 홈페이지 공지를 보고 불쾌감을 느꼈다. ‘65세 이상 관람객의 단독 입장은 제한한다’는 내용이 안내문에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10일 “박람회를 무료 급식소로 이용하는 일부 진상 고객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면서도 “퇴직금으로 창업하려는 사람들까지 원천 차단하는 식의 안내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간 수만명이 찾는 전국 단위 창업박람회에서 노인층의 나 홀로 입장을 제한하는 규정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헬스장, 카페 등에서 ‘노 시니어 존’ 도입이 늘어난 가운데 합리적 근거 없이 노인층 출입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창업박람회 홈페이지를 보면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65세 이상 노인의 관람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 창업박람회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와 가맹본부가 참여해 예비 창업자와 접점을 늘리는 행사다. 매년 서울 수원 대전 부산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차례로 열린다. 연간 전국 누적 참가사는 600개사, 관람객 수는 약 6만명에 달한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등록할 경우 동반 1명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무료 참관을 위해 사전등록 탭에 들어가면 교육 실습 등 목적으로 온 19세 미만 미성년자와 65세 이상 단독 방문 관람자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들은 가족 동반 시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합리적 근거 없이 나이 등으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70세 이상 고령자의 골프장 회원권 구매를 제한한 골프장에 대해 차별 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노인들도 은퇴 후에 새로운 삶을 이어나갈 권리가 있다”며 “창업박람회에서 시니어 관람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위에 진정이 들어갈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관적인 노인 연령의 기준도 70세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관사 측은 홈페이지 안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출입 제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관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기업 간 거래(B2B) 박람회라는 점에서 목적과 부합되지 않고 오직 시식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일부 개인 및 단체의 참관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