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4일 만에 재구속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특별검사(내란특검 특검) 사무실 앞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3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후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예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형사재판에 불출석했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처음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항고 포기로 풀려난 지 124일 만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다. 특검이 왜 필요한지도 여실히 입증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2시간 가까운 영장실질심사 끝에 어제 새벽 2시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5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혐의 하나하나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특검팀은 기소까지 최대 20일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영장에 적시한 내란 관련 혐의도 더 촘촘히 다져야겠지만, 남은 기간 외환 혐의 수사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이 확보한 현역 장교 녹취록에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공개하자 “V가 박수치며 좋아했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겨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군사적 충돌까지 불사하려 했다면 천인공노할 일이다.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8시간 만에 열린 내란 재판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하는 등 향후에도 수사나 재판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 ‘일반 피의자’처럼 대우하겠다며 강제구인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은 잘 한 결정이다. 그는 헌정을 파괴한 내란 우두머리면서도 혼자만 풀려나 보란 듯이 거리를 활보했다. 군사령관 등 내란 종범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고 법정에선 궤변을 일삼았다. 그의 ‘법꾸라지’ 행보에 더 이상 조금의 관용도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