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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불과 한 달 전에도 다슬기를 잡던 사람이 물살에 휩쓸려 숨졌어요. 여기 사는 주민들은 아예 물에 안 들어가요”
지난 9일 오후 물놀이를 하다 20대 4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제원면 기러기공원에 수영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10일 오전 10시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기러기공원에서 만난 주민들 얘기다. 이곳에서는 전날인 9일 오후 6시 17분쯤 물놀이를 하던 A씨(22) 등 20대 4명이 숨졌다. 이들은 금강 상류인 기러기공원 주변에서 물놀이하다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점은 얕은 곳은 수심이 1m 정도지만 불과 몇 발자국 차이로 수심이 2~3m까지 깊어진다. 강폭은 가장 넓은 곳이 80m나 된다.



수심 최대 7~8m…주민들 "우리도 안 들어가"
사고 지점은 금강 상류로 물살이 빠르게 흘렀다. 300m쯤 떨어진 천내교까지는 속도가 줄었다가 다시 물살이 거칠어졌다. 바닥은 모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위험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깊은 곳은 수심이 최대 7m가 넘는다고 한다. 장마 때가 되면 강폭은 더 넓어지고 수심도 10m를 훌쩍 넘는다.
10일 오전 금산군 제원면 기러기공원에서 부부가 다슬기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9일 오후 물놀이를 하던 20대 4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신진호 기자
천내리에 사는 한 주민은 “그냥 눈으로 보기엔 얕은 것 같지만, 갑자기 어른 키보다 더 깊은 골이 있다”고 말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수량이 많아질 때는 유속이 빨라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도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수심이 얕은 곳은 바닥이 훤히 보였지만 깊은 곳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이 짙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얘기다. 기러기공원에서는 2102년과 2013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다슬기를 잡던 50대 두 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매년 사망사고 발생…수영 잘해도 사고 당해
기러기공원 주변에는 ‘입수 금지’ ‘수영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됐다. 천내교 아래 비탈에는 사고 지점에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수영 금지’라는 커다란 글씨가 칠해져 있었다. 수심이 1m 정도 되는 지점에는 부표를 설치, 사람이 더는 깊은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날 발생한 사망사고에도 60대 부부와 여성 3명 등 5명이 다슬기를 잡았다. 이들은 “위험 지역인데 괜찮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년 와서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9일 오후 물놀이를 하다 20대 4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제원면 기러기공원에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부표가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과 금산군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기 30분쯤 전인 9일 오후 5시 50분 현장에 배치된 물놀이 안전요원은 A씨 등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방송을 한 차례 진행했다. 안전요원들은 경찰 1차 조사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봤지만 사고 장면은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숨진 4명이 발견된 곳은 사고 지점에서 40~70m 정도 떨어진 반대편으로 당시 이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사고 직전 경고방송…금산군, 안전요원 배치
기러기공원 부근에서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충남도와 금산군은 2011년 이곳을 ‘입수 금지 구역(위험구역)’으로 지정했다. 금산군은 매년 여름이 되면 안전요원 3명을 배치,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안전사고 예방과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물놀이를 하다 20대 4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제원면 기러기공원에서 소방대원이 시신을 인양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현장에서 만난 금산군의회 정기수 의원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라 군(郡)에서도 안전요원을 배치할 정도”라며 “젊은 청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 기관과 협조해 안전장비를 더 갖추고 사고예방을 위한 홍보와 순찰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CCTV 영상 분석·안전요원 소환 조사
한편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숨진 4명의 유족 조사를 마친 뒤 시신을 인계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하고 당시 현장을 관리하던 물놀이 안전요원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직후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A씨 등으로 추정되는 남성 3~4명이 물놀이를 하다 갑자기 사라진 장면이 확인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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