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를 2배속 이상 빠른 속도로 시청하는 습관이 뇌 건강과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월 캐나다 워털루대의 티판 타루말링감 교수와 미국 시카고대 브래디 로버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상 재생 속도와 인지 기능 상관관계'를 다룬 전 세계 실험 논문 24편을 분석해 학술지 '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일반 속도 ▲1.25배속 ▲1.5배속 ▲2배속 ▲2.5배속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눠 영상 시청 후 인지 능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2배속을 초과할 경우 전 연령에서 기억력과 이해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5배속 이하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했다.
다만 연령대에 따라 차이는 존재했다. 고령층(61~94세)은 1.5배속만으로도 기억력 손실과 이해력 저하가 뚜렷했다. 젊은층(18~36세)은 2배속 시청에서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지만, 연구진은 "복잡하고 생소한 영상을 빠르게 시청할 경우 젊은층도 충분히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평균 점수가 75점인 학생 그룹이 1.5배속으로 시청했을 때 평균 점수는 2점 낮아졌고, 2.5배속 시청 시에는 17점 하락했다.
연구는 또한 생소한 정보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반복 시청하면 뇌의 시각 피로와 정보 과부화가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뇌 회백질 감소 등 신경학적 손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불안, 불면, 두통 등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인지과학 연구원 마커스 피어스는 The Conversation에 “우리 뇌의 작업 기억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이라며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면 인지 과부하와 장기 기억으로 옮기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배속 시청은 Z세대 젊은층 사이에서 일상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Gen Z 콘텐츠 이용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27%가 1.5배속 이상, 24%가 2배속 시청을 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