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문표절 밝힌 ‘국민검증단’, 이 후보자 검증
'제자 논문 가로채기'가 핵심…쪼개기 의혹도 나와
검증단 측 "학자들이 나눠 여러 편 검증하고 있어"
제자들 '이 후보 감싸기'…"제자 학위 취소될 수도"
'제자 논문 가로채기'가 핵심…쪼개기 의혹도 나와
검증단 측 "학자들이 나눠 여러 편 검증하고 있어"
제자들 '이 후보 감싸기'…"제자 학위 취소될 수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오타까지 베껴 자신의 이력을 쌓는데 활용했다는 '가로채기 의혹'은 청년층이 가장 민감해하는 공정성을 건들 수 있기에 진위 여부에 따라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김건희 여사의 학위 논문을 검증해 석사학위 박탈을 이끌었던 전국 교수·학술 단체 14곳 연합체 '범학계 국민검증단' 등이 이 후보자의 논문을 직접 검증해 연구 윤리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벼르고 나선 이유다.
논문 표절·쪼개기 의혹
가장 핵심은 제자 논문을 가로챘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자가 제자 논문 10여 편을 베껴 학회지 등에 발표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연구 수행을 주도한 저자)로 올리고, 제자는 교신저자로 하거나 아예 이름을 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2009년 3월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공개한 ‘공동주택 야간경관조명 사례조사를 통한 조명디자인 감성평가’는 한 달 전 발표된 제자의 석사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고 같은 표와 사진이 쓰였다. 또, 이 후보자 논문에는 ‘사용하고 않았으며’라는 비문이 나오는데 제자 논문에서도 같은 비문이 확인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주진우 의원 페이스북
'논문 쪼개기 의혹'도 불거졌다. 이 후보자가 사실상 같은 내용의 논문을 시차를 두고 두 번 내놓아 실적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 후보자는 2018년과 2월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따른 피로감 평가 연구'라는 논문을 한국색채학회논문집에 냈는데, 한달 뒤 다른 논문지에 유사한 논문을 실었다. 학계에서는 교육부가 연구부정으로 규정한 '부당 중복게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조명 밝기 등에 따른 눈의 피로감과 불쾌감을 측정한 실험 연구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충남대 건축공학과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의혹 밝혀졌는데 장관 된다면 학계 전반 흔들 수도"
학계에서는 이 후보자의 논문 의혹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히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논문을 직접 검증해 오는 14일까지 결론을 내놓기로 했다. 검증단의 김경한 위원(중부대 교수)은 "이 후보자의 논문 중 언론에서 들여다본 것보다 많은 논문을 학자들의 나눠 검증하고 있다"면서 "확인한 사실을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제자들이 이 후보자 감싸기에 나선 것도 변수다. '충남대 건축공학과 환경계획실험실 원우 일동'은 지난 8일 낸 호소문에서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 "해당 논문은 프로젝트 연구로, 교수님이 연구 기획 단계부터 진행 세부 사항, 결과 검토 및 세부 수정·보완까지 직접수행했다"며 "교수님이 주 저자인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부분을 본인의 학위 논문 주제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가로채기 의혹의 피해자일 수 있는 제자들이 이 후보자의 무고함을 호소한 셈이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역으로 제자들의 학위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신이 1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지 않은 논문을 제출해 학위를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야당 측은 오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검증할 방침이다.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논문 관련 의혹을 단순 실수라고 해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후보자의 고의성과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입증해내는 게 청문위원들의 숙제다. 이 후보자 측은 논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충남대 총장 임용(2020년) 당시 연구윤리검증위원회로부터 연구부정행위가 없었다는 공식 확인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단체로 이뤄진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 관계자들이 2022년 9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 논문 3편이 모두 표절에 해당한다는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 여사 논문 표절을 밝히는데 역할을 한 김경한 위원은
"(논문 문제만 한정해서 보면) 김건희는 남의 것을 빼앗아 이득을 얻은 정도지만 이 후보자의 의혹은 더 심각한 여파를 미칠 수 있다"며 "만약 연구 윤리 위반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학계 전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