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선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주민이 자녀 등원 시간에 경비원이 에어컨이 있는 경비실에 있었다고 질타했다가 다른 주민들의 비난을 산 일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아파트 단체대화방에서 주민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 공유됐다. 시작은 미취학 자녀를 둔 A씨의 글이었다. 그는 "오늘 오전에 아이 등원시키는데 여전히 경비분께서는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 계시더라"라며 "어른 출퇴근보다 아이들에게 더 신경써달라, 등원 시간만큼은 나와 계셔 달라고 전화까지 해서 요청했다"며 경비원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오늘은 앞 건물 경비 아저씨가 대신 우리 아이를 챙겨줬다"며 "덥지만 아이들을 위해 오전 시간만큼은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고 재차 요구했다.

한 아파트 주민 단체대화방 캡처본. 한 주민이 등원 시간에 경비실에서 나오지 않은 경비원을 비난하자, 다른 주민들이 경비원에게 무리한 부탁을 한다는 취지로 반박글을 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웃들 반응은 싸늘했다. 한 주민은 "경비원들께 부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해주면 감사해야 할 일"이라며 "안 해 주셨다고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다른 주민들도 "경비원들에게 그런(아이들 등원을 신경 써야 할) 의무가 있나" "자기 애는 자기가 챙겨야 한다" 등 A씨 요구를 반박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한 주민은 "자기 자식 소중한 거 알면 직접 등하원시키는 게 맞지 않냐"며 "나도 올해 태어난 딸을 키우고 있지만 글을 보고 있자니 같은 부모로서, 과격하게 말하면 토가 쏠리고 역겹다"며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도 대체로 A씨 글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본인 애 등원하는 게 뭐라고 (경비원에게) 나와 있으라 마라 하느냐" "아파트 경비원이 개인 시종이냐" "에어컨은 왜 걸고넘어지느냐, 더운 데서 고생해야 한다는 거냐" 등이 대표적 사례였다.

한국일보

김민기 인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