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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 수석논설위원
안철수가 다시 ‘철수’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지만 인적 청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닷새 만에 물러나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식 혁신이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윤’의 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6월 말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퇴장이 예고편이었다. 김문수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에서 가장 신선했던 것은 당내 최연소인 1990년생 김용태의 비대위원장 발탁이었다. 윤석열 탈당을 이끌어낸 주역도 김용태였다. 그는 대선 패배 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 감사 ▶당론 결정 시 당심·민심 모두 반영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 5대 개혁안을 제시했다. 상식의 잣대로 보면 하나도 무리한 게 없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화’와 ‘쇄신’이 싫거나 두려웠던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위헌적 계엄 때문에 치르는 조기 대선에서 이미지 좋은 청년 정치인이 필요했던 거고, 결국 그를 ‘포장지’로 쓰고 내쳤다. 김용태의 개혁안도 못 받으면서 안철수를 혁신위원장에 앉힌 건 결국 진짜 혁신보다 혁신한다는 선전을 위한 것 아니었을까. 안철수의 뒤를 이어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혁신위원장이 됐지만, 친윤의 벽은 건재하다.

국힘, 김용태·안철수 혁신 거부
참회·절실함·신념 보이지 않아
‘냄비 속 개구리’처럼 기득권 안주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 뒤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4일 발표)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 더불어민주당은 46%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2%. 당연한 결과다. 이재명 정권은 일을 했고,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지금 국민의힘엔 대략 세 가지가 없다. 참회, 절실함, 보수의 신념이다. 보수정당이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우선, 참회.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었고, 무엇보다 16대 대선에서 800여억원의 대선자금을 ‘차떼기’ 등 불법으로 모은 것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여의도 당사와 천안연수원을 매각해 불법자금을 갚겠다며 당사를 여의도 공터의 천막당사로 옮겼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의 진정성이 평가받으며 17대 총선에서 기사회생(121석)했고 ‘선거의 여왕 박근혜’ 시대로 이어졌다. 지금 국민의힘은 대선 참패 한 달이 지났는데도 백서조차 내지 않는다. 정계 은퇴 등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인물 역시 없다.

두 번째, 절실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지리멸렬했다. 그 와중에 터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특검 도입을 놓고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는 9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며 문 정권을 압박했다. 결국 도입된 드루킹 특검은 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 기소와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고, 정권의 도덕성을 뒤흔들었다. 지금 국민의힘엔 진보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는, 김성태와 같은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끝으로, 보수 정당에 필요한 신념. 국민의힘은 그토록 반대했던 현금(민생지원금) 살포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대선 후 180도 바꿨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다. 진보 정권이 나랏돈으로 선심을 쓴다면 보수 야당이라도 재정 걱정을 해야 하지 않나. 상법만 해도 1400만 개인 투자자 때문이라는데, 그럼 대선 전엔 왜 그렇게 반대했나. 기업의 경영 안정성이 침해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은 빈말이었나. 이렇게 설득력 없이 표변하면서 앞으론 무슨 명분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구할 것인가. 지금 국민의힘에선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혁신에 절박하지 않은 것은 다음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따로 없다. 그러나 보수의 양심과 정신을 잃은 그들을 보수층이 지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래서 요즘 보수층에선 이런 말이 부쩍 많아졌다. “느그는 더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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