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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신데렐라 수사' 핵심은 신발 사이즈
'발 크기가 가른 운명', 고대 신화부터 현대 드라마까지 등장
거짓 드러내는 단서로…꼭 맞는 신, 삶의 부조리 상징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생전 신었던 구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 왕자는 "이 유리구두가 발에 맞는 아가씨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고 온나라의 아가씨를 찾아 다니지만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들른 신데렐라의 집. 신데렐라의 두 의붓언니도 유리구두에 억지로 발을 끼워맞추려 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왕자가 절망한 채 포기하려던 순간, 수행원이 집 안에 숨어있던 신데렐라를 찾아내 유리구두를 신어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고전 '신데렐라'의 하이라이트다. 여기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신분상승의 매개체이자 계모 등 악당들도 조작이 불가능한 '개인 식별 코드'를 상징한다. 구두 사이즈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 포인트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팀의 '신데렐라 수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김건희 여사 선물용' 샤넬 가방 2개가 가방 3개와 신발 1개로 교환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연 이 신발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유리구두가 주인을 찾는 모습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1950)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 속 '발 크기'…진실 가르는 확고한 증거
인류의 문화 속에서 발 크기는 종종 핵심 키워드로 활용돼 왔다. 발 크기라는 신체 조건이 때로는 진실을 가르는 확고한 증거가 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고대 이집트 설화 '로도피스의 신발'은 신데렐라 구두 서사의 원형으로 거론된다.

노예 여성 로도피스는 피부가 희다는 이유로 동료들의 질시를 받으며 홀로 일했다. 어느 날 매의 형상을 한 호루스 신이 그녀의 신발 한 짝을 물어 파라오의 무릎에 내려놓는다.

파라오는 이를 신의 계시로 받아들여 "이 신발이 맞는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로도피스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는다.

이에 대해 김미옥 서평가 겸 작가는 10일 "당시 미적 기준인 작고 갸름한 발에 대한 요구가 드러난다"며 "미의 기준이 신분 상승의 조건으로 작용하는 서사가 곳곳에 반복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고전 신화에서 시작된 발 사이즈의 상징성은 이후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변주되며 시대와 장르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과 '써머스비' 포스터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 및 위너브라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1982년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에서는 집을 떠났다가 수년만에 돌아온 마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논란이 된다. 이를 가리는 재판에서 구둣방 주인이 발 사이즈가 달라졌다며 돌아온 마틴이 가짜임을 증언한다.

10년 뒤 리메이크된 미국 영화 '써머스비' 역시 발 크기 차이로 수년만에 귀향한 써머스비가 가짜임을 드러낸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이미리내 작가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에서도 발 크기는 정체를 판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죽은 여성 '용말'인 척 살아간다. 용말의 남편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용말에게 새 신을 만들어 주기 위해 발 치수를 재다 놀란다. 10년 전보다 발 사이즈가 작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극에서도 발 크기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 1월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트리거'에서 오소룡(김혜수 분)은 "발 사이즈가 엄청 작았다. 230 정도"라는 목격자 진술을 듣고 스토킹 범죄의 범인을 잡아낸다.

MBC TV 드라마 '오만과 편견'(2014)에서도 강수(이태환)가 과거 사건의 중요 인물인 한별과 동일인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로 발 사이즈가 동원됐다. 검사 구동치(최진혁)는 한별의 발 사이즈는 170이었지만, 강수가 신고 있던 신발은 180이었다는 점을 강조해 둘을 구별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장갑과 달리 신발은 누구나 신는 것"이라며 "보편적인 것이지만 사람마다 발자국 크기나 신발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결국 정체성을 판별하는 도구로 활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신발을 벗기 위해 애쓰고 있는 에스트라공(신구 분)
[파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꼭 맞는 신발, 삶의 부조리 상징하기도
그런가 하면 사이즈가 너무 딱 맞는 신발은 그 자체로 현실과 불일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랑자 에스트라공이 바위에 걸터앉아 구두를 벗으려고 기를 쓰지만 벗겨지지 않아 허탕을 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에서 신발은 인간 존재의 무력함과 끝없는 기다림이라는 삶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장치로 쓰인다.

아름다운 구두에 인간의 허영과 욕망을 투영한 작품도 있다.

1845년 출판된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는 저주를 받아 죽을 때까지 빨간 구두를 신고 끊임없이 춤을 춰야 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가 빨간 구두에 대한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금기를 넘어선 데 따라 내려진 형벌이다.

특검이 수사 중인 문제의 샤넬 신발은 누구의 욕망을 투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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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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