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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마음이 생사를 가른다? 췌장암 환자 4명 중 3명은…” [박광식의 닥터K]

랭크뉴스 | 2025.07.10 06:56:07 |

■암 수술 앞둔 환자, 마음가짐이 생사 갈랐다

생존율이 낮은 췌장암의 경우, 수술 전 환자의 심리 상태가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수술 후 주요 합병증의 위험을 최대 4배까지 높인다는 겁니다.
0~3점 경증, 4~7점 중등도, 8~10점 중증 (자료 제공 : 삼성서울병원)

■췌장암 환자 4명 중 3명, 수술 전 심한 스트레스 경험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췌장암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디스트레스(distress) 정도를 0점부터 10점까지 숫자로 환산해 심리적 고통을 정량화했습니다.

여기서 디스트레스는 정신적 고통만을 말하는 스트레스와 달리 신체적· 감정적 괴로움, 고통 등을 더 넓게 포괄하는 정의입니다. 디스트레스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편의상 스트레스로 표기합니다.

연구 결과, 환자의 94%가 수술 전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 받은 정도를 보면 가벼운 경증 (0~3점)은 25%, 중등도(4~7점) 스트레스 환자는 52%, 극심한 중증(8-10점) 스트레스 환자는 23%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환자 4명 중 3명은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는 '췌장암'이라는 진단에서 오는 충격과 함께 질병으로 인한 실제 증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수술 합병증 위험 4배 높여

연구팀은 스트레스 수준에 따른 수술 경과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중증 스트레스(8~10점)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수술 후 주요 합병증 발생 위험이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연구 대상인 췌장암 수술 환자의 44%에서 합병증이 발생했고, 이 중 20%는 수혈이나 추가 시술이 필요한 심각한 주요 합병증이었습니다.

윤소정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악화시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절망감이 커져 치료 의지를 잃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트레스 적당히 느꼈던 환자들, 제일 높은 생존율 보여"

한편, 이번 연구에서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구팀이 췌장암 2기 환자들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중등도 스트레스(4~7점)를 받은 환자의 3년 생존율은 52%로 경증 스트레스 환자(20%)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5년 생존율 역시 43%로 나타나 경증 스트레스 환자( 9%)와 비교해 현저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일정 수준 자극해 회복에 도움을 주고, 치료 의지를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없으면 치료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암 환자 심리치료', 생존율 향상을 위한 '열쇠'

이번 연구는 환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몸을 치료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동안 췌장암 치료는 주로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에 집중됐고, 환자의 심리 상태는 부차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윤 교수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며 "아무도 환자의 디스트레스와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암환자 진료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암환자의 스트레스 점수가 8점 이상 중증으로 평가되면, 자동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안내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겁니다.

윤 교수는 "수술 전부터 걱정이 많은 환자들보다 '수술이 잘될 거라 생각하고 기운 내서 해보겠다'는 환자들이 합병증 없이 잘 퇴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임상 경험이 과학적으로 맞는지 증명해 보자는 취지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에서는 암 환자에게 정기적인 스트레스 검사를 권고하고 있고, 암센터에 종양심리학 전문가를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는 등 '암환자의 심리 지원'을 암 치료 과정의 필수 요소에 포함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종양학 국제학술지 BMC Cancer(바이오메드센트럴 캔서)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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