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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의 논문과 사실상 동일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인을 ‘제1저자’로 올린 뒤 참여 학생의 이름을 아예 빼 버린 사실이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9일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인 이 후보자가 1저자로 발표한 복수의 논문을 확인한 결과 표절이 의심되는 논문이 추가로 드러났다. 1999년 7월 한국색채학회 하계학술대회에 발표한 ‘축척모형을 이용한 시환경 평가실험의 유효성 검증’ 논문이다. 해당 논문은 그보다 3개월 앞서 열린 대한건축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때 발표된 ‘조명·색채평가실험에 있어서 축척모형실험의 유효성 검증’ 논문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먼저 발표된 논문은 당시 충남대 대학원 박사과정생 A씨가 1저자로, 같은 학교 석사과정생 B·C씨와 이 후보자 등 4명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논문은 발표된 학술지는 물론, 제목과 제1저자 등이 서로 다르지만, 서론부터 결론까지 판박이다. 서론을 구성하는 9개 문장은 똑같고, ‘학부 4학년 이상 남자 13명, 여자 17명 총 30명을 대상으로’ ‘12쌍의 어휘를 선정하여’ 등의 방법으로 진행된 실험도 동일했다. 결론 부분에서는 문장을 조금씩 바꿨지만, 주요 내용은 사실상 같았다.

김경진 기자

이 후보자는 이처럼 3개월 전 발표된 제자의 논문과 사실상 같은 논문을 내면서, 앞선 논문을 참고·요약했다는 출처 표기를 각주나 참고문헌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또 자신을 1저자로 올리면서 먼저 발표된 논문의 1저자였던 A씨만 공동저자로 표기하고, 석사과정생 B·C씨의 이름은 표기하지 않았다. 한 연구윤리 전문가는 “석사생들의 이름을 빼면 (저자가 적어지니) 나중에 발표된 논문 저자들의 기여도가 더 높게 평가될 수 있다”며 “제자들의 연구성과에 대한 ‘가로채기’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또 다른 논문에선 타 대학원생 석사학위 논문을 상당 부분 베낀 정황도 나왔다. 이 후보자가 2013년 10월 충남대 석사과정생 D씨와 공동저자로 한국색채학회 학술대회에 발표한 ‘해체주의 건축물의 색채 특성 분석에 관한 연구’는 3개월 먼저 발표된 다른 대학원생 E씨의 석사학위 논문 ‘피터 아이젠만 건축 작품의 조형적 특성을 응용한 현대 패션디자인 연구’와 여러 문단이 유사했다. 표절 검증 프로그램인 ‘카피킬러’로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표절률은 23%였다. 학계에선 통상 20% 이상이면 표절을 의심한다.

D씨 논문은 서론을 구성하는 9개 문장 중 7문장이 E씨 논문과 겹치는 등 논문 곳곳에 유사한 문장이 이어졌지만, 각주로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 다만 참고문헌에 E씨 논문을 기재했다. 학계 전문가는 “비슷한 문장이 반복되면 각주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이런 연구윤리 위반 사항이 없도록 챙길 책임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 후보자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논문 가로채기’ 의혹 등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기된 의혹이 김건희 정도의 수준은 아니잖느냐”고 했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감정이 얼마만큼 받아들여 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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