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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서 2015년 상반기 거래된 국민평형(84㎡) 아파트 평균값은 8억5200만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20억1500만원(237%)이 오른 28억6700만원이 됐다. 2015년 상반기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최고가는 16억9000만원, 공급면적 3.3㎡당 가격은 5000만원 정도다. 10년이 지난 올해 최고가는 바로 옆 래미안원베일리의 70억원(3.3㎡당 2억1000만원)으로 10년새 3.3㎡당 가격은 4배가 됐다. 하지만 도봉구의 평균 거래가 상승 폭은 3억700만원(3억3100만→6억3700만원·97%)에 그친다. 도봉구 A아파트의 국평은 2015년 2억4400만원에서 올해 3억5000만원이 됐다.

박경민 기자
10년 전 같은 출발선에 섰던 아파트의 걸음 폭도 차이가 났다. 2015년 상반기 7억5000만원에 거래된 구로구 B아파트 84㎡는 올해 6월 14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10년 전 같은 가격에 손바뀜한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의 가격은 23억원이다. 같은 시기, 다른 선택이 10억원의 격차를 벌린 것이다.

지난 10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똘똘한 한 채’가 좌우했다. 대체로 학군·교통·인프라를 두루 갖춘 상급지(上級地)에 위치하고,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신축이나 재건축 대단지 아파트를 의미하는 ‘똘똘한 한 채’는 지난 10년새 다락같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강남 집값’ 내지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잡기 위해 규제를 쏟아 부었지만 오히려 그 가치만 높여놨다.

‘똘똘한 한 채’ 쏠림은 극심한 양극화로 귀결된다. 9일 중앙일보가 2015~2025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전용 84㎡ 거래 23만4000여건을 통계 패키지(R)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거래가격 상위 10%와 하위 10% 평균값의 비율을 지수화한 격차지수(gap ratio)는 2015년 상반기 3.15에서 올해 상반기 4.91로 1.6배가 됐다.

올해 상반기 격차지수는 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상·하위 10% 거래 평균가격 격차는 2015년 상반기 6억1300만원에서 올해 23억89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확대했다. 서초구와 도봉구의 아파트 거래 평균값의 격차는 2015년 상반기 2.58에서 올해 상반기 4.50으로 확대했다.

박경민 기자

특히 올해는 초(超)양극화 현상마저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송파구 아파트값은 9.39%, 강남구 8.63%, 서초구 7.83% 등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뒤이어 성동(6.69%)·마포(6.01%)·용산구(5.32%) 등 순이다. 이에 반해 서울 외곽의 도봉(0.03%)·중랑(0.10%)·금천구(0.31%) 등은 사실상 가격 상승이 멈췄다.

역설적으로 다주택 규제 강화가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똘똘한 한 채’를 부른 시작점으로 꼽는 건 2016년 8·25 가계대출 대책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지속했던 부동산 부양책과 ‘빚내서 집사라’던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로 인한 가계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분양권 집단대출을 틀어막았다.

이듬해 문재인 정부의 8·2 대책은 주택 수요자의 전략이 ‘똘똘한 한 채’로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 투기·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방안을 담았던 때다. 다주택자가 물량을 던지며 집값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게 정책 당국의 기대였다. 이후에도 다주택자를 타깃한 규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면서 약 10년 동안 ‘똘똘한 한 채’는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투자 공식으로 작동했다.
박경민 기자
고가 주택(15억원 이상)에 대한 촘촘한 규제를 펼쳤던 문재인 정부 시절엔 서울 아파트 자체가 ‘똘똘함’의 상징이었다. 중심·외곽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신용대출까지 끌어모은 영끌 ‘패닉바잉’이 나타났다. 하지만 규제를 걷어내기 시작한 윤석열 정부 들어선 10억원에 가까운 고액 주담대에 기대 상급지로 수요가 몰리는 일종의 ‘베블런 효과’가 확인됐다.

최근 고소득 30~50대는 고액 대출을 지렛대 삼아 앞다퉈 상급지 매수에 나섰다. 20억원 전후의 아파트가 몰린 마용성과 양천·강동·광진·동작 등 한강벨트까지 매수세가 번졌다. 중상급지 수요가 확대하면서 강남3구 가격을 다시 밀어올리는 효과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10분위(상위 10%) 가격이 4억4700만원 뛸때 하위 10% 가격은 530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서울 시내 재건축ㆍ재개발을 규제로 묶다 보니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반면에 생활여건이 뛰어난 지역의 희소성은 더 높아졌다. 여기에 각종 다주택자 규제는 싼 집 여러 채보다, 비싼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불러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강화했다.

무리한 상급지 진입은 가계대출 증가를 부른다. 가계빚이 늘면 씀씀이를 줄이고 소비는 위축된다. 경기 회복의 걸림돌인 셈이다. 특정 지역의 집값만 급등하면 상대적 박탈감과 계층 간 갈등, 근로 의욕 저하 등 사회 갈등을 일으킨다. 현 정부가 집값 양극화 문제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경민 기자


대출 규제로 상급지행 사다리차기..."양극화 더 심해질 것"
새 정부는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서둘러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건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상급지행 사다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이번 대출규제로 “서울 아파트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적지않다. 현금으로 ‘똘똘한 한 채’를 사는 수요는 꾸준 것이란 전망에서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면서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문재인 정부시절 15억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막았을 때 고가 아파트의 경우 현금 위주의 거래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올랐던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현금 부자들은 계속해서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반면, 대출 규제로 외곽 지역 아파트는 전반적인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된 서울 아파트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현재 12억원짜리 집 한 채를 지닌 사람은 종부세를 안 내도 되지만, 6억원짜리 집 2채를 가진 사람은 똑같은 부동산 자산 12억원을 보유하고도 9억원을 제외한 3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내야 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경제학과 교수는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종부세 등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획기적인 공급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송인호 소장은 “몇만 가구 등 구호를 앞세운 총량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선호가 높은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벌어지는 격차를 최소한 멈출 수 있다”는 게 송 소장의 제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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