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특검, 수사 18일 만 구속영장 '승부수' 통해
강의구·김성훈 "尹 때문에 진술 오염" 강조
"범죄 혐의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커" 판단
특검, 수사 18일 만 구속영장 '승부수' 통해
강의구·김성훈 "尹 때문에 진술 오염" 강조
"범죄 혐의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커" 판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10일 새벽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 인멸 염려'를 사유로 밝힌 것은 '전직 대통령 신분'을 이용해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을 오염시키는 등 남은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 구속됐을 때와 마찬자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 '전직 대통령 최초로 두 번째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남세진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22분부터 오후 9시 1분까지 총 6시간 4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에서 구속영장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도주 우려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발부된다. 남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구속 사유로 '증거 인멸 염려'를 들었다. 특검 주변에선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다고 봤기 때문에, 증거 인멸 가능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권 침해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교사)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심의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에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총 6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만 16쪽을 할애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특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 핵심 관련자들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조사 참여 여부에 따라 진술이 달라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불구속 상태로 계속 수사를 받게 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체포영장 집행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비화폰 삭제 등으로 이미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검팀은 구속기간이 연장된 내란 사건 피고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강조했다. 특검팀은 출범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며 추가 기소 후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공범들이 재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만 석방돼 있는 상황을 법원이 진지하게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영장심사에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아무런 힘이 없고, 주거가 일정한 데다 경호처의 경호를 받고 있는 만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되는 걸 막아보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여분 동안 직접 나서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며 최후 진술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