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왼쪽) 교황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거처 발코니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카스텔 간돌포=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남쪽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여름 휴양지를 찾아 레오 14세 교황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납치된 어린이들의 귀환을 위한 바티칸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부터 이틀간 로마에서 열리는 제4차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 상태다. 그는 이후 로마에서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바티칸은 성명을 통해 "교황께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기도와 친밀함을 새롭게 다짐했다"며 "특히 교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협상을 위해 바티칸을 방문하는 것을 기꺼이 환영한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교황이 직접 전쟁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레오 14세(오른쪽) 교황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거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카스텔 간돌포=EPA 연합뉴스

올해 5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바티칸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회담 장소가 될 수 있다며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바티칸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 측은 이를 거부했다. 바티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이탈리아 내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차례 비판하면서 마테오 주피 추기경을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특사로 임명했다. 전쟁 초기에만 해도 주피 추기경은 키이우와 모스크바, 워싱턴, 베이징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으나, 이후로는 특사로서의 활동이 상당히 주춤한 상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은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후 첫 국가 정상 통화 대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택하는 등 러우전쟁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레오 14세는 최근 우크라이나 가톨릭 주교들과 순례자들을 만나 러우전쟁을 "무의미한 전쟁"이라 칭하며 규탄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곽주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