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9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은 혐의에 대해 “내란죄에 포섭돼 별도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2시22분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심사에 167쪽 분량의 PPT를 준비해 이같이 주장했다. PPT에는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혐의 가운데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관련한 반박 내용이 가장 많이 담겼다. 윤 전 대통령 측은 68쪽짜리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김홍일·배보윤·송진호·채명성·최지우·김계리·유정화 변호사 등 7명이 법정에 나왔고, 윤 전 대통령도 직접 출석해 최후진술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범죄사실로 기재한 국무회의 심의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외신대변인을 통한 공보, 비화폰 통화내역과 관련한 행위들은 내란 혐의와 동시 또는 수단과 결과의 관계에 의한 행위로 재구속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대법원은 내란죄의 성립을 전제로 하고 있는 개별행위들은 내란죄에 포섭돼 별도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4차례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범죄 성립에 다툼이 있다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신속성과 밀행성을 중시하며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는 국무위원들을 순차로 소집했다”며 “특정 국무위원은 오지 못하게 하거나 회의 참여를 불허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국무위원의 심의권이 침해됐다는 것은 역대 국무회의 중 가장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한 혐의와 관련해 “직무 권한도 없는 공무원(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서류가 아니라 ‘표지’에 불과한 문건을 만든 것은 공문서가 아니며 대통령기록물도 아니다”라며 “부속실장 서랍에 단순히 보관하고 있다 폐기했던 ‘표지’에 불과한 문건이 어떻게 ‘행사의 목적’으로 만든 ‘서류’라고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을 통해 외신에 계엄 정당성을 허위로 홍보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관련해 “외신 대변인은 비상계엄 선포,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의 과정을 공보하며 대한민국의 헌정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공보했다”며 “대변인의 공보 활동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면, 국민들이 경제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고통받고 있을 때 ‘대한민국 경제는 튼튼하다’는 대통령 대변인의 발표 역시 직권남용죄로 처벌돼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와 경찰에 의한 공무집행 적법성에 대해 많은 다툼이 있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에서도 단순히 구속기간에 있어서 시간과 날짜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절차적 문제점 역시 지적됐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잘못된 공무집행을 한 공수처와 경찰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고 체포 방해 행위만을 문제 삼는 것은 가해자에 의한 피해자 수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든 도주 우려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도주 우려는 그 자체로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은 직에서 물러나 아무런 힘도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상시 경호를 제공 받고 있으며 출국금지가 돼있는 상황에서 도망갈 곳은 없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도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윤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거론하며 ‘지지자들을 동원한 집단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선동하거나 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됐으니 유죄이고, 유죄이니 구속돼야 한다’는 주장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전체주의적 권력 남용의 시대로 되돌리는 위험한 사고”라며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특검이 가장 정치적이고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