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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그늘·에어컨 찾아다니며 '폭염서 살아남기'
노인들 "혹서기에는 경로당에 착실히 다니는 게 피서"


냉수로 버티는 더위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9일 오전 서울역 2번 출구 앞에 노숙인이 앉아있다. 2025.7.9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너무 더울 때는 그냥 자는 수밖에 없어요."

아침부터 폭염이 맹위를 떨친 9일 오전 10시 서울역 2번 출구 앞.

그늘이 만들어진 곳에 종이상자를 깔고 앉은 노숙인 김광수(59) 씨는 이렇게 말하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웃통을 벗은 채 맨발 차림이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어선 상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는 또 다른 노숙인 박모(57) 씨가 앉아있었다.

한 달째 노숙 중이라는 박씨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물뿐이다"라며 "종교단체나 공무원이 주는 얼음물로 버티지만 여름에는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에 2천원 정도 하는 얼음을 사면 하루 정도 버틴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취약계층의 괴로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오갈 곳도, 주머니 사정도 마땅찮은 이들에게 폭염은 생존의 문제가 된다.

유일한 그늘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9일 오전 서울역 2번 출구 인근에서 노숙인들이 그늘가에 앉아있다. 2025.7.9


노인들은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으로 모인다.

이날 용산구 후암동 양짓말경로당에서 만난 박승만(72) 씨는 "낮에는 경로당에서 지내고 집에서는 전기료 걱정에 자기 전 선풍기만 잠깐 켠다"며 "이런 혹서기에는 경로당에 착실히 다니는 게 피서"라고 밝혔다.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엄태섭(82) 씨는 "인근 지역은 오래된 주거지가 많고 노인 세대가 대부분"이라며 "혼자 있기보다 시원한 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하러 30~40명 정도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여름나기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양짓말경로당에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5.7.9


주민센터도 노년층이 더위를 피하는 곳 중 하나다.

이날 정오께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에서는 노래교실 수업을 듣고 나오는 노인 수십명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주민센터 한켠에 마련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여기 오면 재밌고 시원하다"·"일주일 내내 온다"며 이곳에서 더위를 피한다고 밝혔다.

'가공할 더위'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9일 낮 서울 청파새마을금고 본점에서 한 노인이 부채질을 하며 폭염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5.7.9


은행·도서관도 '피서지'가 된다.

이날 청파새마을금고 본점에서는 70대 최용남 씨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최씨는 "올여름은 비도 오지 않고 길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부채를 부치며 은행에서 준비해놓은 커피를 마시는 것 정도로 날씨를 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이 아니면 주민센터나 4호선 숙대입구역 대합실 등을 돌아다니며 더위를 피한다고 밝혔다.

정오 지나 찾은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도 노년층이 대부분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서울의 온도는 35도까지 올랐다. 전날인 8일에는 37.8도까지 올라, 7월 상순 기준 118년 관측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도서관에 들어찬 이용객들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9일 오후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 내 종합자료실 좌석에 이용자들이 앉아있다. 20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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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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