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나오면서도 묵묵부답…서울구치소서 대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재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9일 밤 끝났다.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10일 새벽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오후 2시22분 시작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는 같은 날 밤 9시쯤 종료됐다. 오후 7~8시쯤 저녁식사를 위해 휴정한 1시간을 제외하면 5시간40분쯤 소요됐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이 소감 등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그는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구치소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대기하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지난 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대통령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하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선포 전 일부 국무위원의 국무회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외신에 허위로 계엄 정당성을 홍보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의 법률적 하자를 뒤늦게 인지하고 사후에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한 혐의도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프레젠테이션(PPT) 자료 화면을 띄워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PPT 178장을 준비한 특검 측에선 박억수 특검보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 등 10명이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최지우·배보윤·송진호·채명성·유정화·김계리 변호사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도 법정에 나왔다.
특검은 앞서 6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 외에도 300여쪽의 의견서를 제출해 ‘윤 전 대통령 측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유출해 관련자들 진술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수사범위가 방대한 외환 혐의 수사를 위해선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지 넉 달 만에 다시 수감된다. 영장 발부시 특검은 최장 20일의 구속기간 동안 윤 전 대통령을 추가로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특검이 지난달 18일 수사 개시 22일 만에 사건의 최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할 경우 앞으로 핵심 의혹인 외환 혐의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은 4개월 만에 마주한 재구속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다. 수사 초기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출석 일자·방식, 조사자 등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아온 점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