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저혈당 막는 글루카곤 자동 주입 실험 성공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피부 아래에 이식하는 응급 약물 공급 장치를 개발했다./MIT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 세포가 없어 혈당을 조절하지 못한다. 혈당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하지만 혈당 수치가 너무 낮아지는 저혈당이 발생하면 의식 저하나 발작이 올 수 있고,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저혈당으로 인한 위급 상황에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피부 아래에 이식하는 응급 약물 장치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맞았다가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투여해 혈당을 올린다. 환자 본인이 저혈당 증상을 느낀 경우에는 바로 글루카곤 주사를 맞을 수 있지만,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자는 중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없는 어린이 환자나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도 취약하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 밑에 이식할 수 있는 동전 크기의 장치를 고안했다.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약물 저장소는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약물을 배출하도록 설계됐다. 문을 여닫는 것은 형상기억합금이다.
센서가 저혈당을 감지하면 전류를 흘려 형상기억합금의 모양을 바꿔 약통 문을 연다. 약이 빠져 나가고 온도가 바뀌면 형상기억합금이 원래 형태로 돌아간다. 혈당 조절을 위한 약물은 분말 형태로 저장해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당뇨병이 있는 생쥐에게 이 장치를 이식한 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생쥐의 혈당이 떨어지자 자동으로 글루카곤이 방출돼 10분 이내에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같은 방식으로 심정지나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에 쓰이는 약물인 에피네프린도 성공적으로 주입했다. 당뇨 관리 장치를 넘어, 다양한 응급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장치 이식 후 4주까지 성능을 확인했으며,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동물실험을 확대하고, 3년 이내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니엘 앤더슨 MIT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 장치는 저혈당의 공포에서 환자와 가족을 해방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라며 “앞으로 더 많은 응급 약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51-025-01436-2
조선비즈
홍아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