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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장벽을 높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안보 청구서가 뒤따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연간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동맹 비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2기 행정부에선 무역과 안보를 연계한 전방위 압박으로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2025년 7월 8일 화요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왼쪽),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발언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거기에 머물렀지만, 그들은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을 펼쳤다.

이어 그는 “(한국이) 1년에 1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100억달러는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액수다. 올해 분담금 총액 1조4028억원에 비하면 10배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 측 주장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다.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 덕에 번영을 누리는 동안, 정작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트럼프는 “이전에 동맹국들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만들었는데,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그걸 취소했다”며 전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는 주한미군 규모를 실제(약 2만8000명)보다 훨씬 많은 “4만5000명”이라고 거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부터 중요한 사안에 반복적으로 숫자 오류를 의도적으로 내는 점을 꼬집으면서 “비용 부담을 과장해 압박 명분을 쌓으려는 계산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6월 12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동기지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를 앞두고 보잉 CH-47 치누크 내부에서 승무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가 언급한 방위비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SMA)’에 따라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가운데 일부다. 주한미군 병력 월급이나 첨단무기 비용은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한다.

한국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비, 탄약 저장이나 수송 등 군수 지원비를 분담한다.

협정은 1991년 처음 시작해, 통상 3~5년 단위로 갱신한다. 한미 두 나라는 지난해 제12차 협상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2030년까지 유지된다.

하지만 SMA는 의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이다. 만약 미국이 재협상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12차 협정을 파기하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이번 트럼프 발언 역시 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제1군 군사지원여단 병사들과 미 육군 제2보병사단이 2023년 6월 13일 대한민국 포항에서 CDEx(Combined Distribution Exercise)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박은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같은 날 독일을 언급하며 “독일 주둔 미군은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5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에서 “독일에 약 미군 병력 4만5000명이 머무르고 있다”며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이자, 독일 경제에 이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독일 주둔 미군에 대한 평가가 ‘동맹의 이득’에서 ‘미국의 손실’로 바뀌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는 “트럼프 외교는 동맹의 가치보다 손익계산서를 우선시한다”며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거래의 기술”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에서 미군 차량이 메모리얼 브리지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겨냥한 압박 수위는 더 강하다.

트럼프는 나토 소속국들이 국내총생산(GDP) 2%를 국방비로 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국방비를 내지 않는 동맹이 러시아 공격을 받아도 보호하지 않겠다”며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부추길 것(encourage them to do whatever the hell they want)”이라는 발언을 남겼다.

트럼프에게 무역과 안보는 별개 사안이 아니다. 방위비 문제를 관세와 동시에 제기한다. 이번 방위비 발언에 앞서 전날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냈다.

관세로 경제를 압박하고, 동시에 방위비로 안보 비용을 청구하며 양쪽에서 이익을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이라는 가치를 철저한 ‘계약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동맹을 미국 국익을 위한 파트너가 아닌, 재정적 부담으로 여기는 시각을 보여준다”며 “이는 동맹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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