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진=연합뉴스)

“사회주의자, 이슬람교도, 친팔레스타인.”
미국 정치의 3가지 금기를 모두 갖춘 뉴욕시장 유력 후보 조란 맘다니(33)가 미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7월 1일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67)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뉴욕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그의 최종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의 노선은 분명하다. ‘살 만한 뉴욕’을 만들겠다며 ▲최저임금 30달러 ▲일부 아파트 임대료 동결 ▲무상 버스 운영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이렇게 불평등이 심각한데 너무 많은 돈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억만장자를 가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급진적 좌파 공약에 보수층은 ‘뉴욕인민공화국’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며 그가 뉴욕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그럼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감당 가능한 생활비를 내세운 맘다니의 메시지는 뉴욕을 울렸다. 뉴욕타임스는 “맘다니는 민주당이 오바마 시대 이후로 지지를 잃은 젊은층과 소수민족 집단이란 전통적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흥분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맘다니 돌풍, 공약만이 아니다
‘맘다니 돌풍’을 두고 ‘전형적 포퓰리즘의 득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맘다니의 승리는 공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욕의 생활비 위기는 민주당식 행정의 결과다. 임대료 통제는 뉴욕 부동산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높아진 최저임금은 음식과 생필품의 가격을 올렸고 비용 부담이 큰 노조와의 계약으로 교통을 비효율·고비용 구조로 만들었다. 또 기후 규제 및 의무 조치는 에너지 비용을 높였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참패 이후 당의 노선을 중도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러나 맘다니의 해법은 오히려 사회주의 정책의 확대다. 그는 이미 과도한 세금을 내는 기업과 고소득자들의 세금을 더 올리려 하고, 식료품점을 정부가 운영하도록 할 것이며, 무료 버스와 임대료 동결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맘다니에 뉴욕 시민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맘다니 지지층의 반전 ‘고소득층 백인’공약만 보면 맘다니의 주요 지지층을 저소득층으로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그는 중산층 및 고소득층인 지역에서 경쟁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선거구의 24%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의 49%는 쿠오모를 지지했고 맘다니를 지지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반면 고소득층(24%)은 42%가 맘다니, 30%가 쿠오모를 선택했다. 선거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산층(49%)도 맘다니가 47%로 쿠오모(37%)를 앞섰다.

백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에게서 더 높은 지지를 받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백인(29%) 유권자의 39%, 히스패닉계(16%) 유권자의 48%가 맘다니를 지지했다. 쿠오모의 지지율은 각각 34%, 41%였다.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백인 유권자들이 같은 인종인 쿠오모 대신 아시아계 맘다니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흑인 유권자(15%)는 51%가 쿠오모를 지지했다. 아시아계 유권자(52%)의 맘다니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맘다니의 지지층은 저소득층과 아시아계 유권자에 한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그는 아시아계뿐 아니라 백인 유권자까지 폭넓게 지지를 확보했고 저소득층 지지는 예상외로 낮았다.

반트럼프·반이스라엘 민심 결집뉴욕은 텔아비브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이곳에서 무슬림 맘다니가 승리한 것은 반트럼프와 반이스라엘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가자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연합뉴스)

가자 전쟁 이후 미국 내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극우 네타냐후 정부의 부상으로 미국 곳곳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미국 대학가를 휩쓸며 컬럼비아대에서는 천막농성이, 하버드대에서는 교내 정책까지 흔들리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국토안보부가 “최근 발생한 미국 내 테러 사건 중 다수는 반유대주의 혹은 반이스라엘 정서에서 비롯됐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반이스라엘 행보를 숨기지 않은 맘다니의 태도는 여론을 살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트럼프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팔레스타인 인권운동이 정치에 뛰어든 계기”라고 밝히며 이스라엘 정부 비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운동을 지지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CBS 인터뷰에서는 “이스라엘은 모든 국가처럼 존재할 권리가 있지만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팟캐스트에서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반박하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됐다. 유대인 단체들은 그가 명확한 규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반유대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맘다니는 “뉴욕시에 반유대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관적으로 반유대주의와 반시오니즘을 구분하는 그의 태도가 최종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보인다.

유대인 사회 내부의 세대교체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젊은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소속감이 옅어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젊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보다 자신의 생계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맘다니는 진보적 유대인이 많이 사는 어퍼 웨스트사이드 등의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보수 정통파 유대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언론은 그를 유대계 내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의원의 뉴욕시장 당선 가능성에 대해 “상상이 안 가는 일”이라며 “그는 완전히 공산당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맘다니의 외모, 목소리 등을 공격하며 “100% 공산당 미치광이”라고 인신공격까지 일삼았다. 멈출 줄 모르는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들은 맘다니 지지층의 결집만 부추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복합적 민심이 만든 맘다니의 길맘다니 승리에 작용한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삶의 문제 해결’에 응답했다. 정치적 이념이나 정체성보다 생활비 경감이 뉴욕 시민에게는 절박한 과제였다.

여기에 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 온 트럼프에 대한 심판 여론이 결합하며 다른 계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과 공조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 민심은 계층을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다.

이제 맘다니는 11월 뉴욕시장 본선에서 에릭 애덤스 현 시장과 맞붙을 전망이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각종 논란 끝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뇌물수수와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소가 취소됐다.

미국 최대 사회주의자 단체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 소속 맘다니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규정한다. 당선된다면 그는 최초의 무슬림, 사회주의자, 밀레니얼 세대 뉴욕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560 옥죄어오는 특검 수사에 긴급의총 연 국민의힘 “조은석 특검에 경고한다”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9 이재용은 선밸리로, 최태원은 구글 캠프로…총수들의 뜨거운 여름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8 경고 다음날 SNS 반박글 '결정타'…이 대통령, 이진숙 국무회의 참석 제외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7 ‘김건희 집사’ 4월 도피성 출국...특검, 여권 무효화·수사 착수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6 "요즘 '아아' 없으면 못 사는데"…카페·편의점 식용얼음 일부서 '세균 초과'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5 “지구 최대 화성 운석, 뉴욕 경매에 출품”…예상 낙찰가는 55억원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4 노동장관 후보자 "주 4.5일제 임금감소 없이 가능"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3 "북에서 인권침해 당했다"며 김정은 상대 민·형사 소송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2 [단독] 패션 플랫폼 ‘원톱’ 무신사 IPO 시동…"목표 기업가치 10조" [시그널]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1 이재용 '억만장자 여름캠프' 간다…한국인 유일하게 초대된 이 행사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50 'wjd도'? 트라우마 떠오른다‥'표절 의혹' 이진숙 대위기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9 "교제중 다른 여성과 성관계" 사생활 폭로…'나솔' 출연자 결국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8 "이진숙 오지 마" 결국 강퇴‥포용해도 '선 넘자' 단칼 [현장영상]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7 김건희특검, 윤상현에 尹부부 업무방해 공범…정진석 피의자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6 폭염에 온열질환자 하루 200명 넘어…2018년 이후 처음(종합)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5 이진숙, 국무회의 배석 제외에 "아쉽다"…사퇴 요구는 일축(종합)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4 에어컨 무조건 26도 맞췄다간 큰코…'전기료 폭탄' 피하는 꿀팁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3 “창문에 파리 떼가…” 이상한 낌새에 신고했더니, 고독사였다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2 이진숙, 국무회의 참석 못 한다…대통령실 “정치적 중립 거듭 위반” new 랭크뉴스 2025.07.09
53541 "퇴직하고 치킨집?"…1억 투자했지만 3년 안에 없어진다, 얼마 벌길래? new 랭크뉴스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