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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라고 있는 바나나. 오영록 ‘녹색어울림’ 팀장 제공

[서울경제]

7월 초부터 서울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습도 역시 연일 70~80%에 달하는 등 최악의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동남아·중남미에서 열리던 열대과일 바나나가 서울 노지에서 2년 연속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전년 대비 0.8도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작물 재배 환경을 급속도로 바꾸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는 마치 동남아 농장에서 볼 법한 바나나 나무가 녹색 이파리를 넓게 펼친 채로 우뚝 서 있다. 나무에는 익기 전인 바나나 세 송이가 큼지막하게 맺혔다. 40개가량 달린 바나나는 벌써 손바닥 한 뼘 길이보다 긴 크기로 자라 있었다. 가지 끝에는 아직 열매가 열리지 않은 자주색 꽃송이도 보인다.

이곳에서 바나나 나무를 직접 시험 재배하고 있는 오영록 녹색어울림 팀장(그린메이커스 대표)은 "작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바나나가 열려 깜짝 놀랐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올해도 작년 정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라고 있는 바나나 나무 옆에 서 있는 오영록 팀장


오 대표는 11년 전 동료들과 함께 노원구 도시농장에 실험 삼아 바나나 나무를 심고 기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전통적인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노지에서도 바나나가 열릴 수 있을지 궁금해 재배를 시작했는데 7년 만에 꽃이 피더니 결국 지난해 노지에서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를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오 대표는 “올해도 바나나가 게속 열린 것을 보니 놀라울 뿐”이라며 "무척 더웠던 작년 5~6월에 처음 바나나가 5송이에서 50개 이상 열려 9월께 수확한 뒤 지인들하고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올해도 계속 열릴지는 자신할 수 없었는데, 7월 이른 무더위로 바나나 생장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달 7일 서울 전역에 올 여름 첫 폭염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세계 기상정보 비주얼 맵인 '어스' 홈페이지에서 불쾌지수로 본 한반도 주변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 캡처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4.5도로 2023년(13.7도)보다 0.8도 상승했다. 이는 11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올해도 장마가 조기에 끝나고 이른 폭염이 찾아오는 등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 매년 갱신되고 있다.

이는 당장 한반도 작물 재배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기온이 따뜻한 한반도 남부와 일부 내륙에서 비닐하우스 재배로 바나나를 재배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온 상승 여파로 서울을 포함한 중부 수도권에서도 바나나가 열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육지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아열대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최근 들어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하루에만 1000여 마리씩 잡히고 있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참다랑어는 그간 대형 원양어선이 먼 바다에 나가 태평양 등지에서 포획해오곤 했지만 한반도 주변 높아진 수온에 참다랑어가 한반도로 몰려온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영덕군·강구수협 등에 따르면 영덕 강구면 앞바다에 설치된 어장 그물에 길이 1~1.5m,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 1300여 마리가 걸렸다. 그러나 잡힌 참다랑어 대부분은 폐기되거나 가축 사료 등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각 국가 간 연간 어획량을 규제하는 국제법인 ‘참다랑어 쿼터제’ 때문이다.

지난 7일 오전 2시께 경북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 앞바다에 설치된 정치망 9개소에서 참다랑어 1만4206㎏가 어획됐다. 영덕군 제공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2050년대 한반도는 절반 이상이 아열대 기후대로 전환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20년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지난 2022년 개발했는데, 이에 따르면 기존 시나리오보다 재배 가능지가 북부나 산지로 약 10~20년 정도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배 가능지의 감소와 확대 속도도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바나나가 서울에서 열렸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당장 열대 과일 재배 가능지가 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 여름 날씨는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열대 과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아직 겨울을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 대표 역시 바나나 나무를 겨울 기간에는 온실에 보관했다가 봄철에 노지로 옮겨 재배했다. 오 팀장은 서울 노지에서 바나나 재배에 성공해 뿌듯한 마음이 드는 한편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온난화가 그만큼 우리나라에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걱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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