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박종준 전 경호처장 지시”
박종준은 특검 조사서 “윤석열 지시”
윤 “지시 안 했다” 주장과 공방 예상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3일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의혹을 받는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체포영장의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았고 상부 지시로 영장 집행을 막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적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경호구역 내에서 임무 수행을 진행했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을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 등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김 전 차장은 지난 3일 특검 조사에서 지난 1월 공수처가 집행한 체포영장의 위법성과 무관하게 경호구역에 수사기관 진입을 막으라는 상부 지시를 받아 실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쪽은 내란 사건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은 이 같은 인식 없이 단순히 상부 지시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고 진술한 것이다. 실제 김 전 차장은 “내란 사건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해도 막았을 것이냐”라는 질문에 “지시가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차장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상부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지목했다고 한다. 박 전 처장이 사직한 뒤 경호처장 직무대리를 맡은 1월10일 이후에 이뤄진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시도한 것 역시 박 전 처장이 내린 기존 방침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전 처장은 사직 전인 1월5일 경호처장 신분으로 낸 입장문에서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판단”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냈는데, 이런 입장에 따라 지난 1월15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도 막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당시 경호처 간부 등 상당수는 김 전 처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은 당일 체포됐다.
한편 김 전 차장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꼽은 박 전 처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이 같은 지시를 윤 전 대통령에게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예정된 윤 전 대통령의 심문에서는 김 전 차장과 박 전 처장의 진술을 두고 양쪽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판가름된 이후 김 전 차장을 다시 불러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겨레
강재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