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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8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군사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상호관세 25%’ 부과 서한 발송 때 한국이 ‘주요 표적’임을 분명히 한 데 ‘방위비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음달 1일 마감시한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서서히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매우 성공한 많은 나라들에 군대를 제공한다.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아주 훌륭하지만, 군사비를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전세계 무역상대국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다고 불평하는 와중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는 수년, 수십 년 동안 모든 나라와 무역적자를 겪었다. 마치 모든 나라와 나쁜 거래를 맺는 거대한 모범 사례 같은 존재였다”고 말하면서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그곳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들은 군사비로 우리에게 거의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받아냈는데, 바이든(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그것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국에 ‘우리는 거의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군대를 제공한다. 당신들은 매년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쳐버릴 듯 반응했지만, 단 한 통의 전화로 30억 달러(인상)에 동의했다. 나는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2020년)엔 다시 이야기(협상)해야 한다’고 한국에 말했는데 그다음에 부정선거(2020년 미국 대선)가 있었고 우리는 다시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그들은 아마 바이든에게 ‘트럼프는 우리를 끔찍하게 대우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지불하면 안 된다’고 말했을 거다. 그는(바이든은) 그 금액을 거의 없애버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9년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 협상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당시 약 5조7000억원) 인상을 요구했다. 2019년 한국이 낸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 이상을 올려달라는 요구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21년 3월 이 협상이 타결됐는데 2019~2020년 1조389억원이었던 분담금을 2021년 1조1833억원으로 인상하고, 향후 4년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매해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는 1조 4028억원을 부담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12차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협정도 타결해 2026년 1조5192억원, 2027~2030년은 매년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만큼 인상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막판 관세협상 국면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미국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세협상과 함께 방위비 분담 문제도 논의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여러 이슈가 협의 대상이 된다.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며 가능성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칭하면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8천명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일본·한국을 1차 타깃 삼아 ‘상호관세 25% 부과’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이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까지 정면으로 문제 삼자 ‘한국 때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퀸시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의 제임스 박 연구원은 이날 한겨레에 “한국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6월까지 의미있는 협상을 못했고, 중동정세악화 등 국제정세 탓에 트럼프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9위에 있는 한국으로 백악관이 시선을 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다음 달 1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서서히 올리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발언은 새로운 입장은 아니지만 자신의 기대치를 재확인하면서, ‘이제 공은 한국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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