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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1년 지났지만 ‘기여분 반영’ 개정 제자리
“기여했다면 더 받아야”···그러나 소송 현실은 험난
올해 지나면 위헌 상태 지속···입법 타이머 째깍

[서울경제]

홀로 어머니를 간병한 이 모(45) 씨는 상속을 둘러싼 형제들과의 분쟁으로 법정에 섰다. 생전 어머니가 건넨 현금은 유류분 반환 소송 대상이 됐고, 오빠와 동생은 “우리 몫도 줘야 한다”며 소송을 걸었다. 남은 재산이 많지도 않았지만 갈등은 끝이 없었다.

이 씨 사례는 현재 유류분 제도의 한계를 상징한다. 자녀가 수년간 부모를 돌봐도, 별도 유언이나 사전 증여가 없다면 법정 상속분은 균등하게 나뉜다. ‘같은 자식이면 똑같이’가 법의 원칙이었던 셈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류분 관련 민법 개정 시한인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이제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기여 여부와 상관없이 유산을 균등하게 나누도록 한 민법 조항(제1118조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 법 개정을 명령했다. 부모를 간병하거나 경제적·정서적으로 헌신했더라도 유언이나 증여가 없으면 다른 형제들과 똑같이 나누도록 강제하는 현행 구조는 헌재 판단에 따르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에도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유류분 관련 민법 개정안이 8건 발의됐지만, 이 중 7건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기여한 만큼 더 받게 하자”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유류분·상속권·대습상속 간 법리 충돌 우려로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설령 기여분 반영이 법제화된다 해도, 실제 소송에서는 여전히 당사자가 기여를 ‘입증’해야 한다. 병원 동행, 간병 일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정서적·비금전적 기여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 씨처럼 생전에 간병 등의 보상으로 건네받은 현금조차 ‘특별수익’으로 간주돼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박지원 의원은 올해 4월, 기여에 따른 생전 증여·유증은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기여 인정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상속 전체 규정과 충돌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입법 지연은 ‘구하라법’의 실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 제정된 구하라법은 부양 의무를 저버린 자녀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유류분 청구는 여전히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부모를 유기하거나 학대한 자녀도 ‘최소한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입법이 무산되면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위헌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라며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은 유류분 반환 소송 당사자가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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