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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에 상호 관세율을 통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관세 편지에 유럽은 없었습니다.

현지 시각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서한을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발송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출렁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첫 관세 서한 발송 대상에 유럽연합은 빠졌습니다. 그간 주요 협상 대상국으로 언급됐는데,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유럽연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유럽연합의 복잡한 내부 사정 … '관세 협상파 vs 관세 강경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여전히 협상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문서화된 통보는 보류 중"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서한을 받은 다른 국가들도 공식·비공식 협상 중이었는데, 유럽에만 일단 한 걸음 물러난 겁니다.

생각보다 복잡한 유럽연합의 내부 사정 때문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하나의 거대 시장인 동시에, 27개 회원국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는 외교 무대이기도 합니다.

회원국 가운데 독일(주력 : 자동차 산업), 아일랜드(주력 : 제약·IT 산업), 스웨덴(주력 : 기계·의료산업), 헝가리(제조업) 등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심국입니다. 이들 나라들은 미국과의 조속한 타협을 원합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계는 미국 시장에 연간 수십만 대를 수출하고 있어,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조 유로의 손실이 우려됩니다. 유럽연합에 가장 많은 재정을 분담하고 있는 국가가 독일인 만큼, 유럽에서도 독일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관광업이 단단한 경제의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프랑스, 스페인 등은 "EU의 시장 규모와 제재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보복관세 등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반응 의지를 보여야 미국 측에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유럽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겁니다.

결국, 미국은 관세라는 간단한 '공격 카드'를 쥐고 있지만, 유럽연합은 '방어적 통합'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은 이번 관세 서한에서 예외를 적용받았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입니다.

■ 트럼프의 '전략적 때리기 전술' … 유럽 내부 분열 노리나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유럽연합의 사정을 봐주기만 한 걸까요?

브뤼셀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유럽연합의 복잡한 사정을 이용해, 개별 회원국에 양자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역이라는 경제적 고리로, 경제 공동체를 흔들어 와해시키려고 시도할 거라는 관측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1기 집권 때도 나토(NATO : 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 문제를 각국에 개별 압박하며 집단의 분열을 유도한 전력이 있습니다.

"경제는 안보보다 약하고, 더 빨리 무너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 아래, 유럽연합을 경제에서부터 흔들고, 집행위원회의 통제력과 권위를 약화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외교가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노리는 건 단순한 관세 수익이 아니라, 연합 해체를 유도하는 조건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라 평가하기도 합니다.

■ 아직은 그래도 '안보·경제 동맹' … 유럽연합 "트럼프와 좋은 교환"

변수는 역설적으로 '안보와 경제'입니다.

성급하게 관세 편지를 보내기엔 미국과 유럽은 전략적 동맹으로서 아직 가치가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에 불만이 많지만,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나토 결속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유럽 전체를 자극하면 안보·통상 모두에서 미국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유럽을 때리는 타이밍은 지금이 아니다'라는 판단도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미국과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블록 중 하나입니다.

무역, 투자, 금융, 공급망, 규제 등 거의 모든 경제적 분야에서 서로 깊게 얽혀 있습니다. 연간 약 1조 달러 규모 교역 (상호 최대 파트너 중 하나), 양측 간 FDI 잔액 합계 6조 달러 이상(투자금),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반도체·의약·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도 협력을 계속 확대 중입니다.

유럽은 일단 내부 단속에 나서면서, 동시에 미국과 공격적인 협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유럽연합의 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좋은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고위급 비공식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주력 품목(의료 장비, 항공 부품, 주류 등)에 대한 예외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좋은 교환'이 실질적인 관세 면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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