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카메라로 찍은 서울 여의도환승센터 인근 건널목 아스팔트의 온도가 8일 52.2도로 표시돼 있다.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나타나며 최고 온도가 사진 좌측 상단에 표시된다. 아래 사진은 윗옷을 벗고 자전거를 탄 시민, 양산을 쓴 여성 등이 뜨겁게 달아오른 건널목을 지나가는 모습. 윤웅 기자

100년 만의 폭염이 전국을 덮쳤다. 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7.8도로 1907년 기온 관측 이후 7월 초 기준 가장 더웠다. 경기도 파주·안성·광명은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다. 기록적인 더위에 전력 이용량이 급증했고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9분 서울의 한낮 기온은 37.8도까지 올라 7월 상순(1~10일)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에는 1939년 7월 9일(36.8도)이 가장 높았는데, 이보다 1도 더 오른 것이다.

광명이 40.2도, 파주와 안성은 40.1도를 기록했고, 인천과 대전은 각각 35.6도, 36.3도까지 올라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기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부산, 광주도 각각 34.8도, 35.9도까지 올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다 저녁에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 돌연 폭우가 내렸다. 서울 서남권과 서북권,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호우특보가 발령됐다. 서울의 일부 도로는 침수가 발생하며 일시적으로 통제되기도 했다.

반면 강릉(29.8도)은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지 않는 등 동쪽은 선선한 날씨를 보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서쪽 지역이 유독 더운 이유는 바람의 방향 때문이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오면서 ‘푄 현상’에 따른 고온 건조한 날씨를 불러왔다. 뜨거운 동풍의 영향은 이번 주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도 한반도 남쪽에 자리한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남서풍이 불어 고온다습한 바람이 유입되면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하루만 충남에서 온열질환으로 2명이 사망했다. 공주에서 논일을 하던 A씨(96)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소방대원이 출동했을 때 이미 A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고 심장이 수축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산에서도 B씨(86)가 논에서 일하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올 여름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배로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5월 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전날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모두 977명으로 지난해(478명)보다 크게 늘었다.

전력 수요 역시 연일 치솟고 있다. 전력 수요가 절정에 달한 이날 오후 5~6시 실시간 전력 수요는 95.7기가와트(GW)로 역대 7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력거래소 예상치(93.9GW)를 뛰어넘었다. 지난 7일 최대 일일 전력 수요(93.4GW)가 2022년 이후 3년 만에 7월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이를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역대 최대 일일 전력 수요는 지난해 8월 20일 오후 5시의 97.1GW다. 전력 당국은 여름철 전력 수급 점검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달 초 전력 수요가 예상 범위를 넘고 있지만 예비력 10GW 이상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수급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조민아 기자([email protected]) 김성준 기자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