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시한 하루 전 서한…“무역시장 개방 등 조치 땐 조정” 여지도
정부, 3주 내 타결 부담…대통령실 “조속 협의보다 국익 관철 중요”
반갑지 않은 편지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 통보 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붉은 원 안에 한국산 제품에 부과한 상호관세율 ‘25%’가 표기돼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모든 한국산 제품에 다음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안보·통상 사령탑을 미국에 급파해 막바지 협상을 벌였던 한국 정부로서는 관세 발효까지 남은 3주 동안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는 서한을 올려 “8월1일부터 우리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겨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 관세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고 밝혔다. 그는 “25% 관세는 (한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적자 불균형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수준보다 크게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 25%와 동일한 세율을 통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대미 관세율 인상 등 대응 조치를 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신이 한국의 (대미) 관세를 얼마나 올리든 우리가 한국에 부과한 25%에 그만큼이 더 추가될 것”이라며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에서) 환적해 들어오는 제품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역시장 개방,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할 경우 “관세는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상호관세 발효 전에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에서 ‘오늘 서한이 미국의 최종 제안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들이 다른 제안을 갖고 전화하고 만약 내가 그 제안을 좋아한다면” 세율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세는 당신 나라와 우리 나라의 관계에 따라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 부문 협상 외에 안보 등 양국 관계 전반을 고려해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관세 등 한·미 간 현안을 협의했다.
대통령실은 “우리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제반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며 “이에 미국 측은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대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email protected]
민서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