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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공장서 20대 이주노동자 숨져
밭일하던 농민 3명·등산객 2명 사망
온열질환자 급증…7일 하루만 98명
8일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냥 마, 푹푹 찝니다. 쫌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도 턱턱 막히는데요.”

울산 동구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의 사내협력사 소속 13년차 조선도장공 김채삼(57)씨는 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실내 작업장에서 보호복과 송기마스크를 쓰고 일한다. 냉방 용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비옷처럼 생긴 보호복은 바깥의 먼지를 차단하는 만큼 김씨의 몸에서 난 땀과 열기를 안쪽에 가둔다. 김씨는 “냉풍기가 작동하는 실내작업장이지만 햇빛에 천장이 달궈지면 전체 공기가 후텁해진다”며 “머리에 뒤집어쓴 송기마스크에 미지근한 공기가 들어오는데 그게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때 10분이던 휴식시간을 20분으로 늘렸다. 고용노동부가 논의하는 ‘휴식 부여 의무화’의 선제 조처다. 140여곳이던 휴게실도 올해 180여곳으로 확대했고, 현장 곳곳에 160여대의 제빙기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진 울산의 무더위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말을 들어보면, 이날 오전 8시10분께 엔진 공장에서 일하던 직영 노동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 오후 5시10분께 파이프 연결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조가 이달 1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파악한 온열질환 신고는 6건으로, 평일 기준으로 날마다 1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폭염에 목숨을 잃은 노동자도 있다. 지난 7일 오후 5시38분께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는 첫 출근한 하청업체 소속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23)가 숨졌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고 한다. 고령의 농민도 쓰러진다. 지난 4일 경북 의성군에서 밭일에 나섰던 90대가 쓰러져 숨졌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북 봉화군과 경남 진주시에서 각각 80대와 60대가 한낮에 밭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바다 한가운데서도 폭염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 7일 오전 11시25분께 울산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2.5t급)의 70대 선장이 탈수 증상을 보여 해경에 구조됐다. 이 선장은 이날 오전 6~8시 1차 조업을 한 뒤 오전 9시10분께 2차 조업에 나섰다고 한다.

무더위는 산에 오른 이들의 목숨도 앗았다. 지난 6일 오후 3시27분께 경북 영덕군 달산면 팔각산에서 열탈진 증상을 보인 40대 등산객이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해발 628m 높이의 팔각산은 기암괴석과 급경사, 암벽 등으로 산세가 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날 오후 6시13분께 전북 진안군 주천면 구봉산 등산로 인근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발견 당시 이들의 체온은 40도를 웃돌았다.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를 보면, 지난 5월15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는 977명,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7명이다. 특히 7일 하룻동안 98명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5월20일부터 7월1일까지 478명으로 같은 기간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961명)보다 483명 적다. 질병청은 지난해보다 5일 앞당긴 지난 5월15일부터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가동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3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120명, 경기 121명, 서울 85명으로 뒤를 이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경북 2명, 서울·부산·경기·전북·경남 각각 1명이다. 경북도는 고령 인구가 많고, 야외 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농촌 지역에서 온열질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북의 지난해 농업인구는 31만958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농업 인구 가운데 65살 이상이 59.2%를 차지한다.

서울지역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7일 20시 경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 모듈로 촬영한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8일은 동풍의 영향으로 백두대간 서쪽이 더 더웠는데, 경기 의왕과 광명에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도 37.9도까지 치솟아, 1907년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7월 상순(1~10일)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1939년의 36.8도였고, 7월 전체로 가장 높았던 기록은 1994년 7월24일의 38.4도다. 이날 전국이 체감온도 30~40도 수준의 폭염에 휩싸이며, 서울 이외에도 인천(35.6도), 부산(34.5도), 대전(36.3도) 등 곳곳에서 7월 상순 최고기온 기록이 바뀌었다.

특히 기상청은 이달 1~7일 전국(제주 제외 62개 관측지점) 평균기온이 28.1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평균기온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종전 기록인 2022년 27.3도보다 1도 가까이 높은 수치다.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이 계속되면, 폭염일수로 역대 1위였던 2018년보다 더 더운 여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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