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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 서울 모처에서 자취를 하는 30대 직장인 민지 씨는 새벽 1시에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불을 끄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던 중 바닥에서 검지 크기의 검은 물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더듬이를 가진 그것은 말로만 듣던 바퀴벌레였다. 평소 벌레를 매우 무서워하던 민지씨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져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새벽 시간이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황. 민지 씨는 고민하다 후들거리는 손으로 ‘당근마켓’ 어플(앱)을 켰다. ‘바퀴벌레 잡아주실 분’이라는 다급한 게시글이 게재된 지 1분 만에 두 명의 지원자가 대화를 걸어왔다.

이미지투데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전등 교체, 가구 운반을 넘어선 이색 아르바이트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고온다습한 날씨 속 바퀴벌레, 러브버그, 돈벌레, 모기 등 해충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신 잡아주는 이른바 ‘벌레잡이 알바’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알바는 전문 방역 업체에 비해 고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급박한 상황에서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20~30대 여성 이용자들이 주요 수요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레 하나 못 잡아서 사람을 쓰냐”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당근마켓의 본질이 변질됐다” 등의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당근 측에 따르면 지난달 ‘동네생활’ 탭 내 ‘바퀴벌레’ 관련 게시물은 전월 대비 40% 증가했으며 ‘방역’ 키워드 언급도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벌레 잡이 관련 당근마켓 대화 내용. 독자 제공




“두려움이 커서 돈은 아깝지 않아요”




민지씨는 “바퀴벌레만큼은 도저히 못 잡겠더라”며 “방역 업체는 새벽에 부르기 어렵고 예약도 밀려 있어 순간 당근마켓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통상 ‘벌레잡이 알바’의 경우 1만~5만 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이는 전문 방역 업체에 비해 확연히 저렴한 금액대다. 방역 업체 세스코에 견적을 문의해 본 결과 방 한 칸(6평) 기준 보행 해충 관리 비용은 최소 21만4400원에 달했다.

이번 의뢰에 4만 원을 지불했다는 민지씨는 ‘돈이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아깝지 않다. 만약 바퀴벌레를 잡지 못했다면 두려움에 밤을 지새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벌레 잡이 관련 당근마켓 대화 내용. 독자 제공





“5분만 투자하면 월 120만원씩 버는데, 안 할 이유 없죠”




해당 게시글에 지원한 성호 씨는 당근마켓 내 매너온도 75도의 ‘우수 이용자’다. 그동안 100건이 넘는 벌레잡이 거래 후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민지 씨의 요청에 13분 만에 집에 도착해 벌레를 처리했다. 성호씨는 물티슈와 비닐봉지로 벌레를 제거한 뒤 스프레이형 약품을 사용해 씽크대 하부 등 주요 출몰 지역을 점검했다.

성호 씨는 “원래는 영업직이었지만 회사 사정으로 재택근무로 전환된 뒤 부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벌레 잡는 게 어렵지 않는데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수익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한 달 수입은 약 100만~120만 원 수준으로 벌레 잡기 외에도 가구 옮기기, 전등 교체 등의 업무가 포함된다.




개인 간 거래인 만큼 안전 등에 유의해야




단거리 배달, 수리, 심부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긱(Gig)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해 공연한다는 의미인 긱(Gig)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거나 구하는 경제 형태를 뜻한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긱 이코노미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23년 212억4000만 달러(약 29조3600억 원)에서 오는 2032년까지 1114억 달러(약 154조2444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 간 거래에 기반한 서비스의 경우 안전 문제가 큰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8년 한 심부름 앱에서는 여성 이용자가 가구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가 성폭행 위기에 처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가해 남성은 성범죄 전과로 15년을 복역하고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지만 별다른 제한 없이 앱에 심부름꾼으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근마켓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거래가 모두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만큼 범죄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동네생활’ 탭에 올라온 ‘벌레 잡아주실 분’ 등의 글에는 성별을 묻는 댓글이 종종 달리기도 한다.

무더위가 본격 시작되는 여름철을 맞아 벌레나 곤충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 벌레잡기 등 이색 알바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용자들은 거래 내역과 후기를 사전에 면밀히 살피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등 각별한 경계심이 요구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본인인증을 의무화해 안전한 이웃 간 연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관련 게시글은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재와 수사 협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벌레 잡아주시면 ‘4만원’ 드려요”…돈 하나도 안 아깝다는 ‘당근’ 뭐길래?[이슈, 풀어주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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