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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강제수용소 구상
4일(현지시각) 가자 북부 가자시티 해변 난민 캠프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 수용 시설 건설해 가자지구 주민 전원을 이주시키는 계획을 밝혔다. “인도주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사실상의 강제수용소 구상은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위한 청사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7일 이스라엘방위군(IDF)과 국방부에 가자지구 최남부로 이집트와 접한 라파흐 지역에 이른바 새 “인도주의 도시”를 건설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전했다.

우선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구역이라며 피난처로 지정한 곳 중 한 곳인 가자지구 해안가 마와시에 살고 있는 60만명의 주민을 이 곳에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이 “인도주의 도시”를 떠나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검문소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츠 국방장관의 구상은 220만명 가량의 가자지구 전체 민간인을 궁극적으로 이 구역에 모아두는 것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전했다.

또한, 카츠 국방장관은 “주민들이 가자 지구를 떠나 다른 나라로 자발적으로 이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해, 이 계획이 가자지구 주민을 다른 나라로 밀어내려는 구상의 일환임을 내비쳤다.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킨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카츠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은 원거리에서 이 지역의 보안을 관리하고 국제기구가 이 지역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또 이 지역에는 구호물자 배급소가 4곳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인권변호사 미하엘 스파르드는 이스라엘군이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를 작전 계획을 내놓은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쫓아내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카츠 국방장관은 이 구상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휴전 때 시작될 수있다고 말했다.

어떤 국제기구가 이 사실상의 강제수용 시설을 관리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을 도맡고 있는 단체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이와 관련한 계획을 제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통신은 가자지구 안과 밖에 ‘인도주의 통과 지역’(Humanitarian Transit Areas)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캠프를 건설하는 제안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인도주의재단 이름으로 올해 2월 11일께 만들어진 20억달러(2조7376억원) 규모의 이 제안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제출되었다고 보도했다. 제안서에는 가자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하고, 급진화를 탈피(deradicalize)하며, 재통합하고, 원할 경우 이주할 준비를 할 수 있는 장소”라고 적혔다. 주민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일종의 통과 시설 구상으로 의심된다.

제안서에는 이 계획이 진행된다면 90일 이내 주민 수용을 위한 캠프가 운영될 예정이며 216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세탁실과 화장실, 샤워실, 학교도 세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업에 참여했다는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지난해 시작된 계획 과정의 일부로, 각 캠프는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총 8개의 캠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계획의 진행 상황, 누가 작성하고 제출했는지, 또 아직 검토 중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단, 제안서 표지에 가자인도주의재단의 약자인 ‘GHF’와 가자인도주의재단과 계약을 맺어 배급소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 사설 보안업체 ‘세이프 리치 솔루션스’(SRS)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가자인도주의재단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안전하게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방안을 검토했지만, 인도주의 통과 지역을 계획하거나 실행하고 있지 않다”며 “가자지구 식량 배급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 리치 솔루션스 대변인은 “이 지역에 대해 재단과 논의한 바 없고, 우리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어떠한 제안도 완전히 거짓이며 우리의 사업 범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이후 구호품이 하마스에 흘러들어간다며 유엔 기관들의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을 막았고 대신 이 재단에 배급을 맡겼다. 이 재단은 수백곳에 달하던 가자지구 배급소를 4곳으로 줄여 5월 말 배급을 시작했다. 굶주린 가자 주민들이 몰려 혼란이 발생하자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향해 지속적으로 발포했고, 약 한 달 만에 주민 600명 이상이 숨졌다.

백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한 로이터의 입장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어떤 것도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그러한 목적을 위해 어떠한 자원도 투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가자인도주의재단에 3천만달러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고 다른 국가들에게도 이 재단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5월29일(현지시각) 가자 주민들이 가자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가자인도주의재단에서 배급하는 구호품을 받기 위해 뛰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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