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을 비판하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의힘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순방 기자 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유의 대출 규제 정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기자간담회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심 북부 노르트반호프 임대주택 전경. 비엔나(오스트리아)=문희철 기자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의지는 분명히 있는 듯하나,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근거는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는 주택 가격은 정확히 돈의 공급에 비례한다”며 “30조원이 넘는 추경을 하고 (2차로) 20조원 가까이 시중에 풀겠다는 정부를 보며 과연 부동산 가격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최근 시장에서는 마포구·성동구·강동구 등을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지금은 추가로 (토지거래허가제를) 구사할 시점은 아니다”며 “국토부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으로 그가 강조한 건 공급 확대다. 전임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에 대해 “주택 공급은 거의 암흑기였고, 빈사 상태였다”며 “이를 되살리기 위한 이른바 CPR(심폐소생술)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을 발명하다시피 해 신속한 주택공급에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주거 문제에서 공급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출마 여부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일 욕심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일~5일(현지시간) 밀라노의 도심 디자인 혁신 현장을 찾아 '디자인 서울'의 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고,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의 역할과 미래 발전 전략을 전파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 서울시]
“국민의힘, 대선 후 낙제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밀라노의 도시 혁신 대표사례로 손꼽히는 '포르타 누오바' 지구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
이번 유럽 순방에서 오 시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한 것도 공급 확대안 중 하나인 공공주택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선 노르트반호프 공공임대주택을 살펴봤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포르타누오바 재개발 지구를 돌아봤다. 오 시장은 “공공주택으로 불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공급 방안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며 “민간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공공이 기금을 조성해 일정 부분 지원하는 방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호텔 뺨치는 고품격 임대주택, 서울에 짓는다…이 동네 유력
혁신 디자인을 적용한 주거·상업시설 ‘밀라노 시티라이프’를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참고 모델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가 행정적 인센티브를 잘만 하면 혁신건물 경쟁이 붙을 거 같다”며 “수직 정원 등 이번에 둘러본 지역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모습이 되지 않겠나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국민의힘 중진 자격으로 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역사적인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며 “선거에서 대패한 후 국민의힘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나 보면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야권 통합이 쇄신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오 시장은 “개혁신당과 합당 논의도 방법론 중 하나”라며 “합당 자체가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 그런 모멘텀을 활용해 우리 당이 몸부림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때”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5일 김용태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과 회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은 “몇 명 유력 정치인을 만나 상당한 의견 교환을 하는 중이었다”며 “귀국 이후에도 휴가철을 기해 더 자주 당의 중진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