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의원이 “혁신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히면서 ‘안철수 표 정치 혁신’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십여 년 넘는 기간 동안 진영을 오가며 정치 혁신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본인도 모르는 정치 혁신”이라며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안철수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친윤은 벗어나는 듯하지만, 여전히 그 새 정치와 혁신의 내용은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전날 혁신위원장으로서 자신이 요구한 혁신위원 인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이분이 아직도 정치 혁신을 얘기하신다”, “본인도 정치 혁신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내용을 잘 설명한 적이 없다”며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리라 내다본 바 있다.
정치 혁신은 안 의원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지난 2012년 벤처 기업가(안랩 대표)로 명성을 떨치다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원동력으로 단숨에 유력 주자로 올라섰던 정치적 배경이 곧 혁신 정치인이란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안 의원의 혁신 이미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계 입문 뒤 정치 혁신이란 이름에 걸맞은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하면서 때때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더불어 그 내용도 실체도 알 수 없는 것이 안철수의 새 정치라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정치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되레 안 의원이 당권을 쥐려고 할 때마다 정치 혁신이란 표현을 남발하면서 진정성이 퇴색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바른미래당 등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들에 융화되지 못하고 뛰쳐나올 때마다 안 의원이 내세운 명분은 ‘정치 혁신’이었지만, 결국 본질은 당권 투쟁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세 번의 대선 도전과 좌절을 거치며 기성 정치인이 된 안 의원이 여전히 ‘나 홀로 혁신’을 외치며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한 반감도 크다. 혁신보단 자신의 존재감 부각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정계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안철수계라고 할 만한 세력조차 없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앞서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국민의힘도 안철수 맛을 보는 것이냐”며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안 의원은 한 세력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인일 뿐”이라며 “친윤 기득권 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