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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세액공제 올해 9월 말 종료
저가공세 中에 밀려 유럽 점유율 하락
ESS, AI 발전·재생에너지로 수요 증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퇴양난에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는 세액공제 제도의 시행을 오는 9월에 끝내는 법안이 통과됐고, 유럽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미국 하원은 상원을 통과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BBB)’을 지난 1일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했던 친환경 에너지 관련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시행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사는 사람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2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새로 제정된 법안은 이 혜택을 오는 9월 30일 이후 종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0월부터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배터리 부품 업체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 왔다. LG에너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州) 홀랜드와 랜싱, 애리조나주에 3곳의 단독 공장을 가동 중이며, 현대차와 혼다 등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조지아주에 단독 공장이 있는 SK온도 포드와 손잡고 추가로 공장을 만들고 있으며,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거액을 투자해 앞다퉈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IRA에 따른 혜택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에 주어졌던 각종 보조금 지급 혜택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방 산업의 위축으로 수요가 급감할 위기에 몰렸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양대 핵심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서도 최근 중국 업체의 공세에 밀려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중국 배터리를 선호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 2021년 70.9%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5.6%로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46.1%였던 점유율이 27.6%로 하락했고, 삼성SDI도 12.8%에서 8.8%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은 17.2%에서 37.5%로 상승해 유럽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고 운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럽 현지에 잇따라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CATL은 독일, 헝가리에 이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세 번째 배터리 합작 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헝가리와 튀르키예에서 공장을 건설 중인 BYD도 유럽에 신규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BYD의 헝가리 완성차 제조 공장. 배터리와 완성차를 모두 만드는 BYD는 최근 유럽에 잇따라 공장을 건설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BYD 제공

국내 제조사들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공장이 있으며, SK온과 삼성SDI도 헝가리에서 배터리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중국이 계획대로 유럽에 신규 공장을 잇따라 건설해 덩치를 키울 경우 대규모 물량 공급에 따라 가격 경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전기차 시장 축소와 중국 업체의 공세 속에서 최근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ESS는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최근 AI 시장의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수요가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ESS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애리조나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내년부터 ESS 배터리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자 계획을 바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어 온 홀랜드 공장에서 조기 양산에 착수했다. 삼성SDI도 독일의 ESS 제조사인 테스볼트와 지난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북미·유럽 ESS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ESS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의 수요 감소를 메우기엔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직접 환급제(세액 공제 금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 주는 제도) 도입 등 침체에 빠진 업계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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