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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잇단 진상규명 언급…민주당 대표 후보들도 "동의"
유족들 "2년 됐지만 아무도 책임 인정 안해…책임자들 문책돼야"


편집자 주
= 집중호우가 쏟아진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인근 미호강 임시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에 순식간에 잠겼습니다. 이 때문에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들이 고립됐고, 14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습니다. 사고는 여러 기관의 무사 안일주의와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가 빚어낸 인재로 드러났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여전히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오송참사 2주기를 1주일 앞두고 정치권의 국정조사 논의,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 참사 후 달라진 재난 대응 체계, 전문가 제언 등을 담은 2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오송참사 1주기 추모제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가 참사 1주기를 맞아 15일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추모제를 연 가운데 유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4.7.15 [email protected]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변방의 참사로 여기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해 7월 8일. 오송지하차도 참사(이하 오송참사) 1주기를 한 주 앞두고 현장에서 열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최은경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의 발언은 다른 유족들의 가슴에도 비수처럼 꽂혔고, 눈물바다가 됐다.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오송참사는 명백한 인재로 드러났지만, 국정조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달라는 유가족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전임 정부에서는 참사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를 계기로 오송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를 뛰어넘어 참사의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규명하고, 유가족·생존자 지원을 포함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이끌지 주목된다.

궁평2지하차도서 침통해 하는 오송참사 유족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오송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8일 오전 사고가 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찾아 최고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최은경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4.7.8 [email protected]


민주 "국정조사 요구서, 전당대회 후 의결 목표"
오송참사는 폭우가 쏟아진 2023년 7월 15일, 부실하게 축조된 미호강 임시제방이 터지며 유입된 하천수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검찰 조사 결과 관계 기관들은 참사의 직접적 원인인 부실 제방을 수년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전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관할을 따지거나 현장에 출동하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총체적인 직무 태만과 부실 대응으로 점철된 참사였지만, 정치권 등의 외면 속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참사 이후 단 한 차례도 현장을 찾거나 유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공식 석상에서도 오송참사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여당(당시 국민의힘)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1주기 행사에 모두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오송읍(청주 흥덕)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유족들의 요구를 좇아, 지난해 8월 당시 야 6당 188명을 대표해 '오송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요구서는 채상병 특검법 등 각종 현안에 밀려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으로 국정조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오송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오송참사를 언급했고, 오는 16일엔 유족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경청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유족 및 생존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이재명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연희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 대표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도 국정조사에 동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찾아가 진지한 논의를 당부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치러진 뒤 이른 시일 내 국회 의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디기만 한 재판…유족들 "국정조사 진행돼야"
1988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10명 이상 사망한 대형 재난 가운데 국정조사가 실시된 사례는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이태원 참사' 뿐이다.

이들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비교적 장기간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기관보다 먼저 진상을 수면 위로 드러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이미 진상의 상당 부분이 드러난 오송참사의 경우 현시점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궁평2지하차도서 기자회견 하는 오송참사 유족·생존자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오송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8일 오전 사고가 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찾아 최고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7.8 [email protected]


참사 발생 2년이 지나 국정조사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앞선 참사들은 모두 발생 13∼43일 만에 조사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돼 국정조사와 수사가 병행된 경우다.

그러나 유족들은 참사 2주기가 되도록 책임을 인정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 규명과 함께 책임자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오송참사와 관련해 7개 기관 43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형이 확정된 피고인은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징역 6년)과 감리단장(징역 4년) 2명뿐이고, 심지어 14명에 대한 재판은 일부 피고인의 기피 신청으로 오는 9일에야 첫 재판이 열리는 등 사법 절차로 책임자를 처벌하는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수사와 재판만으로는 참사의 진상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주장도 국정조사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사법 처리 대상엔 속하지 않는 기관 간의 협조 및 매뉴얼 부재 같은 문제까지도 국정조사는 들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송참사 전날 "미호천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지만, 충북소방본부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직접 구청에 연락하라고만 안내했고, 이 상황을 다른 기관에 공유하지 않았다.

재난 발생 시 경찰·소방·지자체 등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도록 구축된 재난안전통신망은 최초 신고 접수 이후 공통 그룹 통화가 이뤄지기까지 거의 1시간이 소요된 탓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분향소 찾은 이재명 대표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후 청주시청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24.3.14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이연희 의원은 "이런 부분은 일시적인 논란의 대상이었다가 잊히면서 정치권의 진지한 대책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미비한 법·제도를 개선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현재 제방과 하천을 관리하는 기관이 나뉘어져 있는데, 국정조사를 통해 이같은 문제가 제기되면 재난컨트롤 타워를 한 곳으로 지정해 통합적인 재난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토교통부엔 지하차도 화재 대응 지침만 있고 침수 대응 지침은 없는데 이와 관련한 매뉴얼이 국정조사를 거치며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는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의 기반이 됐다.

국정조사, 김영환 재수사 이끌까…유족들 항고장 제출
국정조사가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재수사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김 지사는 사고 장소인 궁평2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의 최고책임자이지만, 검찰은 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보고, 도청 직원 7명만 업무상과실 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유족과 시민단체로부터 나온 배경이다.

민주당, 의장실 앞에서 국정조사 촉구 피케팅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국회 의장실 앞에서 감사원 정치감사·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해병대원 사망사건·오송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4.1.25 [email protected]


유족들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지난 2월 대전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연희 의원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김 지사의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와 자료가 나온다면 검찰 재수사로 이어지는 전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당초 기소 대상에 오르지 않았던 한화진 전 환경부 장관이 국정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상 첫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범석 청주시장은 지난달 첫 재판에서 부실 제방 관련 미호강 관리 책임은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관계 법령상 하천 관리 책임이 환경부에서 충북도를 거쳐 청주시로 위임됐다고 보고 이 시장을 최고 관리책임자로 기소했는데, 이 시장 측은 "하천공사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하천법에 따라 해당 공사(미호천교 확장 공사) 준공 고시 다음 날부터 위임받은 지자체의 유지보수 업무가 시작된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한 전 장관 등의 책임이 인정되면 국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은경 대표는 "정권이 바뀐 뒤에야 국정조사에 대한 논의가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뒤늦게나마 유족들이 2년간 외쳐온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진상 규명이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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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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