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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비즈톡톡] 주가 6만원 바라보는 KT… 김영섭 연임은 ‘안갯속’

랭크뉴스 | 2025.07.08 07:22:06 |
2002년 민영화 이후 최고 주가 기록한 KT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比 36% 증가
숫자로 능력 입증한 김영섭… 정권 교체 후 연임 실패한 구현모 전 사장과 닮은꼴
경영 간섭 포기한 현대차…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대 주주 역할
외국인 우호 지분 모아도 국민연금 견제 힘들어… ‘경영 불간섭’ 조건 걸린 탓

그래픽=정서희

김영섭 사장이 이끄는 KT 주가가 급등해 6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김 사장이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줄여 수익성을 높였고, 인공지능(AI) 기술 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긍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권 교체 이후 김 사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외풍에 의해 KT 수장이 바뀌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영섭 매직?… 민영화 이후 역대 최고 주가 경신한 KT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KT의 주가는 장중 5만9100원까지 치솟으며, 2002년 민영화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김 사장이 KT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시점(2023년 8월 30일)의 주가(3만3050원)와 비교하면 약 79%가 올랐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김 사장의 주주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 전략이 지지부진하던 KT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분기 배당 도입, 1조원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자기자본이익률(ROE) 9~10% 목표, 영업이익률 9% 달성 등 주주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정책에 집중했습니다. 지난해 김 사장이 단행한 4400명의 고연차 인력 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도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실제 올 1분기 KT의 영업이익은 6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습니다.

MS나 팔란티어 같은 해외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AI 사업 추진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PMG는 KT가 AX(AI 전환) 사업으로 벌어들일 매출이 2025년 2690억원에서 2029년 1조3700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숫자로 보여준 김영섭… 연임 도전했던 구현모와 겹치는 그림자
문제는 지난달 정권 교체 이후 김 사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는 겁니다. 주가와 실적 등 숫자를 통해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이 입증됐지만, 새 정부가 지난 정권 시절 취임한 김 사장의 연임을 보장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면 KT 수장이 바뀌는 수순이 반복돼 왔습니다. 실제 KT가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취임한 5명의 CEO 가운데 4명이 연임에 실패하거나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났습니다.

구현모 KT 전 사장은 정권이 교체된 2022년 11월 연임에 도전했지만, 낙마했습니다. 구 전 사장은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25조원을 돌파하는 실적을 만들었습니다. 구 전 사장이 연임을 선언한 시점(2022년 11월 8일)의 KT 주가는 3만6500원으로, 취임일(2020년 3월 30일) 주가(1만9700원)와 비교하면 85% 올랐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전 사장도 지금의 김영섭 사장처럼 경영 능력을 숫자로 입증했지만, 결국 정권의 의지대로 새 수장이 결정됐다”면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최대 주주도 아닌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KT 수장 자리를 결정하는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KT에 따르면 회사의 최대 주주는 8.07%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입니다. 이어 국민연금(7.57%), 신한은행(5.77%), 티로우프라이스(5.24%), 실체스터(5.19%) 순입니다. 그런데 최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KT 최대 주주로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사장 선임 등 KT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장 연임이나 선임에 주주로서 의사 결정 행사가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셈입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외국인 우호 지분으로 연임 불가능?
업계 일각에선 KT 외국인 지분율이 49%에 달하는데, 사장 선임 등 경영 전반에 국민연금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을 통해 보여준 김 사장의 역량을 신뢰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연임을 지지하는 우호 지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사장 취임 당시 40%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49%로 9%포인트(P) 올랐습니다. 외국인 우호 지분이 국민연금과 신한은행 보유 지분율(13.34%)만 넘겨도 김 사장 연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외국인이 보유한 지분 대부분이 ‘경영 불간섭’이라는 조건을 걸고 단순 투자 목적으로 들어와 있는 지분이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대주주로 등재된 해외 자산 운용사인 티로우프라이스와 실체스터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KT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7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KT 외국인 주주가 KT 지분 인수 조건으로 제출한 단순 투자목적 확인서. /익명의 제보자

새 정부가 김 사장의 연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선 전인 올해 5월 초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방송통신협의회가 발송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과제 제안 및 질의서’의 답변 과정에서 KT의 정치권·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도 KT 수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황창규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구현모 전 사장이 KT CEO로 선임된 게 대표적입니다.

KT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8인의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을 의결하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개시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현재 8인의 KT 사외이사는 김 사장을 선임했을 때와 동일한 구성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외국인 우호 지분은 소수 지분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곳으로 연합해 모으기가 쉽지 않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단순 투자 목적 제한이 걸린 지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견제하기는 어렵다”면서 “KT가 정관에 사장 선임 절차와 방법에 대해 구체화하는 게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거버넌스 구축의 첫 단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사외이사를 통한 대표 추천 시스템에선 최대 주주가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를 교체하면 목적한 효과를 상실하게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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