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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많은 투자자에 메이커 리워드 제공
특정 가상자산에 대해 유동성 제공 유도
일시적으로 거래 활발해 보이는 착시 효과

빗썸이 거래량이 높은 VIP들에게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들. /독자 제공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특정 가상자산의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거래를 많이 하는 VIP 회원에게 특별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시세조정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 해당 종목의 거래량이 왜곡돼 대다수 회원에게 잘못된 거래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거래량이 많은 일부 회원을 선정해 지난 6월 1일 자로 공식 중단한 ‘특별 메이커 리워드’를 지급하고 있다. 빗썸이 해당 투자자에게 특별회원 한정 이벤트를 알리고 몇 가지 종목에 대해 유동성을 만들어 주면 종목별로 하루 5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문자를 받은 투자자는 빗썸이 소개한 5개 종목에 대해 메이커 활동을 해주면 하루 총 250만원을 벌 수 있게 된다.

가상자산 시장, 메이커가 유동성 공급
메이커 리워드란 가상자산 거래소에 유동성을 공급한 사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거래소에 지정가 주문을 등록해 호가를 형성하는 거래자를 ‘메이커(maker)’, 등록된 호가를 즉시 체결하는 거래자를 ‘테이커(taker)’라고 부른다.

메이커는 예를 들어 ‘A 코인을 900만원에 팔겠다’ 또는 ‘899만원에 사겠다’는 식의 지정가 주문을 미리 올려두고, 이 주문은 거래소의 오더북(order book)에 올라가 매수·매도 호가를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호가를 누군가 체결하면 메이커의 주문이 실행되며, 이 과정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메이커 주문이 많을수록 오더북이 풍부해지고, 거래소의 가격 안정성과 거래 체결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량과 유동성이 많아야 경쟁력이 생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빗썸은 거래소 기업가치의 핵심 지표인 거래량과 유동성, 시장 점유율 등을 높여야 한다. 빗썸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분기당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이고 있다.

자본시장처럼 시장조성행위(마켓메이킹·MM)가 불가능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메이커-테이커 제도를 유동성 공급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나 파산한 FTX도 메이커 리워드나 수수료 인센티브를 통해 거래량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빗썸이 메이커 리워드를 지급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지난 5월 공지사항. /빗썸 캡처

선정된 VIP 회원에만 리워드 제공
문제는 메이커 리워드를 공식적으로 종료한 빗썸이 일부 선정된 VIP 회원에게 선별적으로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회원만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보상을 받지 못하는 회원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거래하는 셈이다. 빗썸은 특정 가상자산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보상을 주겠다는 문자를 선별된 회원에게만 보냈다.

또한 메이커 리워드를 제공하는 종목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이 크고 잘 알려진 가상자산이 아니라 시아코인, 보아코인 등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마이너 코인’들이다. 이 종목들의 24시간 거래량을 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 빗썸에서 시아코인은 8300만원, 보아는 8700만원이다. 같은 시각 리플과 테더의 거래량은 각각 878억7800만원, 721억200만원이다.

해당 이벤트 기간 중 대상 가상자산 중 하나였던 시아코인의 거래량 차트를 보면, 이벤트 시작 전인 6월 19일 하루 거래량이 2500만원에 그쳤지만, ▲6월 21일 1313억원 ▲6월 22일 1199억원 ▲6월 25일 85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벤트가 종료된 직후인 지난 2일 거래량은 단숨에 300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주요 가상자산과 비교해 시가총액이나 거래량이 극히 작은 만큼 메이커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 종목들의 거래가 폭증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즉 실제 투자 수요와는 무관한 허수 거래를 일으켜 일시적으로 거래가 활발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당사는 6월 1일부로 공식 메이커 리워드를 일시 중단하고, 전반적인 운영 정책을 재정비 중이다”라며 “그 일환으로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일부 거래량이 급감한 고객을 대상으로 소규모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해당 이벤트는 일반적인 기업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별도 공지 없이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관련법은 아직 1단계에 머무르고 있어서 거래소의 영업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거래소 자율에 맡겨놓은 상황이다”라며 “부족한 규제를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는데, 메이커 등의 이벤트가 이상거래나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면 당국에서도 분명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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