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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간 대통령 6명이 들여다 본 ‘가덕도신공항’
2002년 ‘돗대산 사고’로 부상한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한 이명박… “나중을 기약” 장관 후일담
文, 전격 추진… 여야 ‘특별법’ 내 속전속결
전문가들 “신중히 추진”“재검토해야” 분분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사업은 추진되는 분위기이지만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한 항공·건설업계 우려는 여전히 크다. 가덕도신공항의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조선비즈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에 앞서 공법·부등침하 등 기술적인 안전문제, 경제성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2002년 4월 중국 베이징을 출발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항공기가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김해 돗대산에 충돌했다. 탑승인원 160명 중 130명이 사망한 대형참사였다. 김해공항은 북쪽에 돗대산, 신어산이 있어 조종사가 활주로를 끼고 180도로 돌아 ‘선회접근 착륙(서클링 어프로치)’을 해야 한다. 당시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역사는 ‘돗대산 항공참사’에서 시작됐다. 김해공항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우리나라 동남권의 관문이 될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던 때였다. 2003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동남권신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2006년 12월 공식검토를 지시했다.

그래픽=정서희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는 지난 23년간 6명의 대통령의 결정이 있었다. 부산·경남 지역 차원의 논의가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논란을 부르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됐다. 때로는 대통령의 결정이 그 시작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두 차례의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11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전면 백지화 했을 때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경제성 검토 결과를 보고 이를 뒤집었다. 당시 입지평가위원회는 후보지로 언급됐던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 둘 다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후보지의 평가점수를 100점 만점에 40점 미만으로 매겼다. 특히 경제부문(40점)에서 두 곳 모두 12점대의 낮은 점수를 줬다.

정부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남권신공항 건설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자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당시 임기 말기를 향하던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특별 대통령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항을 만드는 것은 재정으로 할 수 있지만, 운영을 하려면 일류 항공사가 들어와야 한다”면서 “적자가 나면 지역이 (이를) 감당해야 한다”며 신공항 건설 무산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4월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이 전 대통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 상황은 복잡했다. 경제성,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객관적 검증결과가 나왔지만, 지역 주민의 기대감은 컸다. ‘밀양, 가덕도 중 어디가 더 낫냐’며 지역 간, 정치권의 갈등도 극심했다. 결정을 내린 후에는 ‘지역 주민의 희망을 져버린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조선비즈는 당시의 상황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권도엽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박재완 전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를 거듭했다”면서 “신공항을 짓는 데 드는 막대한 공사비, 이용 수요 등을 고려했을 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절충안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권도엽 전 장관은 “차관 시절에 동남권 신공항 위치를 검토했고 밀양, 가덕도를 조사했지만 비용이 상당히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 부처 장관들은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하나 추가해 늘어난 물동량을 소화하고, 항공기술의 발전 추이나 국내 여건 변화를 감안해 추후에 검토를 하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후에는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대세가 기울었다. 2016년 6월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적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한 달 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한 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선언했다. 2019년 2월 문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 과정의 두 번째 결정적 순간이었다.

당시 부·울·경 일대 시·도시자, 지역구 국회의원 등은 2030년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청했다. 국토균형발전은 이러한 요구를 뒷받침 할 큰 명분이 됐다.

당시 동남권신공항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해 을)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던 국토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기본계획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1극 체제로는 어렵다. 연간 1조원을 들여 여객, 화물이 인천국제공항까지 이동하는 비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2019년 12월 국무총리실은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검증위는 장애물 충돌 우려, 소음영역 확대, 서편 평행유도로 건립, 공항 확장성 등 4가지 핵심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1년 뒤 ‘김해신공항은 24시간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부·울·경 일대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가덕도신공항안’이 급부상했다.

정치권은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검증위 결과가 나오기 한 달 전인 2020년 11월 국민의힘은 부산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2021년 2월 특별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2년 4월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의결했다.

다만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일사천리로 추진되는 동안 관련 부처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많았다. 당시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관련부처 장관들, 의원들과 함께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공한 건설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면서 “담당 부처 입장에서는 여러 우려가 많았지만, 여야 합의로 추진되는 사안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엑스포 추진과 연관해 부산시에서도 강한 압력이 있었다”고 했다. 2021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표심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비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갔다. 2023년 3월에는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 추진을 이유로 2029년 조기개항을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같은 해 12월 재계 수장들과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국토를 촘촘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이 남부의 거점이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같은 달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이후 2024년 4월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 설립되고 같은 해 10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을 통해 부지조성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그것도 네 차례 유찰이 되면서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을 짓겟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대선 후보 시절 “가덕도신공항을 민주당이 책임지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하자, 하루 뒤 페이스북을 통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현재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국토부의 재입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3년간 이어졌던 지난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통령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객관적인 검증보다는 정치적 실익을 따져왔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절차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공개된 경제성, 안정성 등 조사결과를 근거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생각이지만, 2030년, 2035년 언제 완공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수조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제대로 추산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무안공항 참사는 정치적 이유로 추진된 신공항에서 일어난 비극이 아니었냐”면서 “이제는 지역주민들의 기대감, 정치적 당위성을 빼고 가덕도신공항의 경제성과 활용성, 예상 가동율 등 객관적 수치를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잠시 중단된 지금 되돌릴 수 있으면 그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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