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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혁명 현장을 가다〈중〉
1일 평화오디세이 방문단이 저장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장진영 기자
“딥시크는 왜 항저우(杭州)에서 나왔을까?”

평화 오디세이 항저우 일정은 이 문제의 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저장성(浙江省) 성정부 방문에서는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확인했고, 항저우 ‘6소룡(六小龍)’ 기업인 브레인코와 딥로보틱스 방문에서는 청년 기업가의 창업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퍼즐은 저장대에서 맞출 수 있었다. “딥시크 CEO 량원펑(梁文鋒)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AI 창업 인재를 키우는 저장대만의 비법이라도 있는 건가요?”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질문에 아이니(艾妮) 국제교류처 부처장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위한 ITP(Intensive Training Program)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량원펑 역시 이 프로그램 졸업생이란다.

ITP반은 저장대에서도 최고 인재들이 모인다는 주커전(竺可楨)컬리지에 1999년 설립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혁신창업경영강화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아이 부처장은 “매년 비(非)경영학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50여 명 정도 선발한다”며 “창업과 기업 경영을 위한 특별 교육이 실시된다”고 말했다.

‘미래 CEO반’이라는 별명답게 굵직한 기업인을 많이 배출했다. 전자정보공학과 학생 량원펑을 비롯해 역시 항저우 ‘6소룡’ 중 하나인 매니코어(췬허커지·群核科技) 설립자 황샤오황(黃曉煌),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拼多多) 설립자 황정(黃崢), 중국 최고의 AI 데이터 서비스 회사인 MR테크의 팡이(方毅) 등이 모두 이 과정을 밟았다.

중국 대학의 자율화 정도가 화제에 올랐다. “학교 정원은 누가 어떻게 정합니까”라는 질문에 아이 부처장은 “전체 인원수는 교육부가 정하지만, 학사 운영은 산업 수요에 맞춰 최대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답했다. 아이 부처장은 그 사례로 올해 시작된 특별반 과정인 ‘AI+X’를 예로 든다.

김경진 기자

이 과정은 비(非) AI 학과 학생들에게 AI 지식을 가르친다. 행정학과 학생이 AI를 배우고,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AI를 공부하는 식이다. 상하이의 푸단(復旦)대 학생들도 저장대에 와서 ‘AI+X’ 특별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장강(長江) 삼각주를 포함해 중국 중부 해안 지역을 일컫는 화동(華東)지역 5대 명문인 저장대·푸단대·난징(南京)대·상하이교통대·중국과기대 등이 같은 특별반을 개설하고, 상호 학점을 인정한다. “정원을 늘리지 않고도 필요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명에 백서인 한양대 중국지역통상학과 교수는 “이 정도면 대학 자율의 ‘끝판왕’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 실정은 어떨까.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은 “참기름을 수의 계약했다고 감사원 지적 받고, 교육부 허가 없이 커피를 팔았다고 지적 받는 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AI 인재를 배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각종 규제 탓에 우리 대학은 산업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는 사이 고등학교 인재는 앞다퉈 의대만 바라본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담회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사회주의 나라 중국에 와서 그들의 대학 자율성을 부러워하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말했다. 저장대 방문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 분위기는 무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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