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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럭셔리카, 한국 경쟁 치열한 까닭 경제+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럭셔리카 브랜드들의 한국 내 경쟁이 뜨겁다. 일반 매장을 통한 판매량 경쟁을 벌이는 기존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엔 맞춤 양복처럼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차량을 주문 제작해주는 ‘비스포크’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한국에 이만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숫자’에서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바흐는 한국에서 1363대 팔렸는데 미국, 중국 판매량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벤틀리가 400대, 롤스로이스는 183대 판매됐다. 벤틀리의 글로벌 판매에서 한국은 2021년 세계 6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과 인구 대비 판매율로 보자면 한국은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시장이다.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소수의 고객에게만 공개한다는 프리미엄 고객 전용 오피스를 직접 찾아가봤다.
◆럭셔리카의 비밀의 방=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시그니엘서울 호텔. 예약시간이 되자 벽면 한쪽에서 ‘비밀의 문’이 열렸다.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한옥을 모티브로 한 이곳은 롤스로이스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문을 연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이다. 이곳에 방문할 수 있는 초대장은 롤스로이스 고객 중에서도 선택 받은 소수만 받을 수 있다.

“제 이름 이니셜을 차 외장과 시트에 새겨 넣고 싶고요. 차량 색상은 서울의 노을처럼 강렬한 붉은색이면 좋겠어요.” 올해 초 롤스로이스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을 찾은 한 고객이 사무실 밖으로 보이는 창밖 노을을 바라보며 매니저들에게 말했다.

차준홍 기자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말하면 영국 본사에서 파견 나온 디자이너가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를 섞어 디자인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량 모형 그림을 이 오피스의 대형 스크린에 띄운다. 이후로도 몇 차례의 수정을 더 거쳐 최종 디자인이 확정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최원근 매니저는 “불가능한 건 없다는 생각으로, 안전 기준에만 부합한다면 고객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옵션으로 추가해 제작한다”고 소개했다. 일반 매장에선 4만4000개의 외장 조합이 가능한데, 이곳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

프라이빗 오피스에서 주문받는 차량은 연간 60대가량. 이런 차량을 주문하는 고객들 중에 가격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10억원 이상이 보통. 기본 차량 가격 6억원인 롤스로이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컬리넌에 6억원 이상의 옵션을 추가하는 고객도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차를 만들어줄 수 있는가 없는가일 뿐이다.

벤츠의 고급 브랜드 마이바흐도 특별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바흐 브랜드 센터를 7월 중순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오픈한다. 센터는 압구정 한복판의 단독 건물 4층 규모로 꾸며진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이 위치했던 자리다. 고객 체험의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단순 전시장이 아닌 예술과 기술, 브랜드 역사가 접목된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마이바흐 센터 개관 소식을 소개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비쳤다. “마이바흐가 의미하는 럭셔리 그 자체를 한국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체험과 역사를 아우른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직접 방문해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사장은 한국에 최초로 문을 여는 이유에 대해 “한국은 마이바흐, S클래스를 포함한 톱엔드 모델에서 글로벌 3위를 차지하는, 매우 독보적인 곳”이라면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고객은 기대치가 높지만 동시에 브랜드를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해 준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 마이바흐와 더불어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벤틀리는 가장 먼저 한국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2022년 전 세계 최초로 전시장, 서비스센터 등의 복합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벤틀리 타워’를 서울 동대문구에 열었다. 2023년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차량 전시는 물론 카페, 영화 관람 등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는 5층 규모의 플래그십 전시장 ‘벤틀리 큐브’를 마련했다.

◆중국은 주춤…“이제는 한국”=글로벌 럭셔리카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공들이는 건 최근 중국 시장이 부진한 영향도 크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 경제성장률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맞물리며 럭셔리 소비 전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벤틀리 역시 같은 기간 21.5% 판매가 줄었다.

롤스로이스는 2024년 글로벌 판매량 5712대 중 절반 이상을 북미와 유럽에서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 판매량은 10%가량 줄었다. 아시아 시장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데도 한국만큼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안정적 프리미엄 시장’이다.

럭셔리카 브랜드의 중국 내 부진은 중국 전기차들의 급성장과도 관련이 깊다. 급격하게 전동화 전환이 진행 중인 중국에선 최근 가전업계와 완성차 업계가 협업한 럭셔리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장화이자동차(JAC)와 함께 만든 마에스트로 S800은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 클래스’ ‘롤스로이스 스펙터’ 등 글로벌 럭셔리카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마에스트로 S800이 출시 하루 만에 1600대 주문, 일주일 만에 3600대 주문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는 최근 분석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눈은 이제 서울에 고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유럽과 달리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이며, 브랜드 정체성보다는 ‘개인화된 경험’에 가치를 둔다”고 진단했다.

◆럭셔리 전기차의 미래=럭셔리카 브랜드들은 이제 ‘전동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내연기관 시대에 장기간 정체성을 구축해온 이들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서도 브랜드의 ‘헤리티지(유산)’를 계승하고 있다.

럭셔리카들의 전기차 출시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긴 하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모델 ‘스펙터’를 국내에 출시했다. 국내 예약 대수는 150대를 넘었고, 대부분 비스포크 주문이다. 벤틀리는 2030년까지 전 모델을 EV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더디다. 벤틀리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로도 ‘벤틀리다움’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리, 감성, 소재까지 일일이 재해석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바흐도 2023년에야 첫 대형 전기SUV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EQS 680 SUV’를 출시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카 소비자들은 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경험을 얻는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엔진 사운드, 가속감, 수작업으로 완성된 인테리어 감성이 곧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기차에선 이 같은 럭셔리카만의 매력을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전동화 기술력이 있더라도 전동화에 속도를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럭셔리 브랜드는 지난 100년간 내연기관 차로 명차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탄소중립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을 단종해야 한다”며 “전기차에서도 명차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시기”라며 “내연기관 감각과 정체성을 전기차에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럭셔리카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불사조 롤스로이스 제작해줘” 월드타워, 그 비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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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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