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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이 꿈틀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로 소송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라는 주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점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뉴스1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 관리와 가계 지원 명목으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낮은 수준에 묶어놨다. 그런데 이번 상법 개정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을 상대로 소액주주의 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지배주주 견제 등 책임이 커지는 동시에 이사진을 견제하고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7% 상승한 3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전 주가는 지난 4일에도 2.79% 상승했다. 같은 이유로 4일 한국가스공사 주가가 8.11% 급등하기도 했다. 공공요금 인상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란 게 증권가 해석이다. 적어도 정부의 과도한 통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거란 기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압박은 커질 전망이다. 이미 주요 에너지 공기업은 적자가 누적돼 주가가 하락하고, 배당 여력이 줄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전의 경우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약 31조원에 달한다. 부채 역시 올해 약 207조원으로 불어났다. 가스공사도 원가 이하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민수용 미수금’이 2021년 말 1조765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4조871억원으로 급증했다.

2012년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국가와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7조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의 가격 통제 탓에 소송을 당한 김 전 사장은 “한전은 주주가 있는 엄연한 주식회사”라며 “정부가 왜 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느냐”며 정부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이 소액주주 권리 강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여지가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한국가스공사(42.07%)와 한국전력(36.83%)은 소액주주 비중이 높다. 지금같은 경영 기조로 적자가 지속될 경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2012년 소송 당시에도 주주들은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돼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폈지만 4년간의 소송전 끝에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공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통제 권한이 인정되고, 원가 미만 요금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 피해를 이유로 배임죄를 묻는 건 법 개정 전에도 가능했다”며 “소송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법원이 이미 정부의 가격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또 ‘표 떨어진다’는 계산에 밝은 정부 입장에선 에너지 요금을 제때 올리기 힘든 정치적 이유도 있다. 과거 정권마다 핑퐁게임을 해왔는데 이 때문에 정부와 공기업의 갈등도 빈번했다. 2012년 김중겸 당시 한전 사장은 단독 이사회를 열어 10%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했다가 결국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두부(전기료)가 콩(유가)보다 싸다’는 말로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향후 공공요금 인상은 상법 개정보다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전망이 많다. 올해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물가 상승과 직결되는 에너지 요금 인상을 결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훈 교수는 “상장사인데 정부가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공기업 경영 구조의 문제”라며 “정부가 확실하게 떠안고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든, 시장에 맡기든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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