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헌트에서 폭우가 지역을 휩쓸고 간 후 공무원들이 과달루페 강 유역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최소 82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홍수 진원지였던 커 카운티에서만 68명이 숨졌고, 트래비스·버넷·켄들 등 인근 카운티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실종자는 최소 41명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750명의 여자 어린이들이 참가한 ‘캠프 미스틱’에서 12명(지도교사 1명 포함)이나 실종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캠프장 주인은 아이들을 구조하려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캠프의 한 직원은 CNN에 “(그가) 여러 어린이를 구조하려다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약혼녀와 아이들, 어머니 등 가족을 구하려 맨주먹으로 창문을 깬 27세 청년이 결국 상처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지는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헌트에 있는 캠프 미스틱에서 초목과 잔해를 수색하는 응급 대원들. EPA=연합뉴스

폭우는 지난 4일 새벽 커 카운티 인근 산악지대인 힐 컨트리 지역을 강타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커빌엔 3시간 만에 250㎜, 오스틴엔 5시간 동안 355.6㎜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각각 500년, 10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수준의 강우량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커 카운티를 지나 샌안토니오 방향으로 흐르는 과달루페강 수위가 1시간 만에 9.6m나 치솟으면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지역 당국은 홍수 발생 후 36시간 동안 170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며 850명을 구조했지만, 이날 오후에도 텍사스 전역에 4인치(약 102㎜) 이상의 폭우 예보가 내려지면서 일부 지역의 수색은 중단된 상태다. 저지대 주민들에겐 대피령도 내려졌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4∼48시간 동안 강한 비가 커 카운티 인근에 쏟아지면서 추가 홍수가 우려된다”며 “전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피해 지역을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구조 인력 1000명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주 정부와 협력 중”이라면서도 기상청 예산 삭감에 따른 대응 능력 부족 등 재해 피해 확대 연관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러나 CNN은 “현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는 예보 조정 기상학자가 없다”며 “이는 트럼프의 연방정부 축소 정책의 결과”라고 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커빌에서 수로를 따라 수색하는 구조대원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커빌의 과달루페 강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텍사스 관리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를 두고 기후변화와 피해 지역의 지형 특성이 복합된 ‘총체적 재난’이라고 진단했다. 대니얼 스웨인 UCLA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후변화가 이런 폭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의 문제”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빌 맥과이어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도 “더 더워지고 기후가 변화하는 세상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최근 몇 년간 느리게 움직이는 습한 폭풍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걸쳐 작은 지역에 이례적일 정도의 양의 비를 쏟아붓는 돌발적인 홍수를 포함해 극단적인 날씨가 많이 늘어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특히 히말라야처럼 협곡이 많은 힐 컨트리 지역은 ‘플래시 플러드 앨리(Flash Flood Alley)’로 불릴 만큼 홍수에 취약하다. 하팀 샤리프 텍사스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얕은 토양층과 가파른 협곡이 빗물 흡수를 막고, 급속히 하천으로 유입돼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형 정보를 반영한 지역 맞춤형 예보 모델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홍수 경보 알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3일 오후부터 홍수 경보를 수차례 발령했지만, 대부분 새벽에 전달돼 대피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오스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WSJ에 “가족 5명이 실종됐다. 손전등을 들고 밤새 수색했지만, 대응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캠프 미스틱에 있던 딸을 찾는 여성도 “구조대 지시가 매번 달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746 상가건물 추락 여성이 행인 덮쳐‥10대 딸 숨지고 엄마는 심정지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45 [사설] 與野 경제 공통 공약은 빠르게 추진하고 쟁점 법안은 숙의해야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44 "헬리코박터 검사·치료하면 세계 위암 1천186만명 예방 가능"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43 '항암 효과 500배' 이것 충격 반전…"절대 먹지 말라" 경고 나왔다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42 ‘고교 자퇴’ 검정고시생 31년 만에 최다…공교육 위협하나?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41 기온만큼 치솟는 냉매 가격, 중국이 쥔 한국 에어컨 리모콘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40 "尹 변호인 나가자 김성훈 진술 달라져"‥'회유 가능성' 강조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39 이란 대통령 "이스라엘, 날 암살하려 했지만 실패"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38 유네스코서 '군함도 논의' 무산…한·일 과거사 표 대결 패배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37 18㎞ 상공까지 치솟았다…화산 분화에 발리 오가는 항공기 줄취소 new 랭크뉴스 2025.07.08
52736 진술거부권 안 쓴 김계환, ‘수사외압’ 입장 뒤집을까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35 ‘군함도’ 유네스코 의제 채택 무산…정부 한·일관계 첫 시험대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34 '살인의 추억' 이춘재 찍었다…1400번 뽑아낸 '속옷 DNA' 비밀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33 '2천도' 화덕 열기에도‥"불황이 더 무서워"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32 24번 말바꾸자 '트럼프 내성' 생겼다…관세협박 버티는 두 나라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31 [단독]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30 역대급 폭염에 전력사용도 피크‥정부는 늑장 대책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29 李대통령, 與상임위원장단 만찬서 “빠른 내각 구성위해 잘 살펴달라”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28 베선트 美재무 “48시간내 여러 무역합의 발표 예정…새 제안 많이 받아” new 랭크뉴스 2025.07.07
52727 美재무 "48시간내 여러 무역합의 발표…새 제안 많이 받아"(종합) new 랭크뉴스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