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윤석열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덕수 허위공문서 공모' 기재
박종준·김성훈 등 경호처 간부들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뉴스1
12·3 불법계엄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문건 사후 조작' '체포 방해' 등 혐의 공범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경호처 간부들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전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피의자(윤 전 대통령)는 강의구(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한덕수,김용현(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2024년 12월 3일자 비상계엄 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대통령실 부속실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이를 행사했다"고 기재했다. 한 전 총리와 강 전 실장, 김 전 장관을 윤 전 대통령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강 전 실장은 계엄 해제 뒤에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듣고 새 계엄 선포문을 작성해서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에게 배포된 최초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없었다. 특검은 계엄 선포가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꾸미려고 이 같은 문서를 만든 것으로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8일 계엄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문건 폐기를 요청했다. 강 전 실장은 이 내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전 대통령이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해 관련 문서를 파쇄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와 강 전 실장을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혐의 공범으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선 경호처 간부들이 공범으로 지목됐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지난해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구로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불법 영장'으로 규정한 뒤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경호처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김신 전 가족부장도 윤 전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고 경호처 직원들이 유형력을 이용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기재됐다. 특검팀은 경호처 간부들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범인도피 교사, 대통령경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된다고 봤다.
한국일보
정준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