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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대기자
나보다 덩치가 스물여덟 배나 큰 거인이 잠에서 깨어나 전력으로 질주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화오디세이 일원으로 거대 중국의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끄는 기업·연구센터·대학을 방문하는 내내 충격을 받았다.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 연구개발기지 ‘롄추후 R&D센터’ 면적은 축구장 225개, 여의도 절반 정도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단지다. 지난해 문을 연 뒤 전 세계에서 2만4000명이 입주했다. 78%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고 평균 연령은 31.6세다. 상하이 장강과학단지 크기는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다. 2만4000개 기업, 50만 명의 인재가 모여 있다. 직원들은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이 일상이다. 임원들은 007(0시 출근, 0시 퇴근, 주 7일 근무)을 당연시한다. 주52시간 근무에 묶여 있는 한국과 너무도 다르다.

중, 미국 제재 속 ‘AI+’우회로 열어
나라 전체가 AI 혁명의 실험장
한국 디지털혁명 성공…제조강국
이재명 대통령엔 경제 살릴 기회

중국에서는 매년 미국의 10배 수준인 500만 명의 스템(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가 대학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 중 박사는 미국의 2배인 7만7000명이다. ‘천인(千人) 계획’ 아래 해외의 중국계 인재도 끌어모으고 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중국에 기회가 많아서 70%가 돌아온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나는 미래를 보았다. 미래는 미국에 있지 않았다”는 토로가 과장이 아니었다.

미·중 패권경쟁의 승부처는 첨단 AI 경쟁이다. 안면인식 분야 대표 기업 센스타임의 쉬리 CEO는 “AI는 혁명의 도구”라고 했다. 산업혁명·전기혁명·인터넷 혁명의 낙오자였지만 이번에는 승자가 되겠다는 결의가 보인다. 중국은 AI 종합경쟁력에서 아직 미국에 밀린다. 중국은 ‘AI+’로 불리는 ‘AI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결합’에 들어갔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우회로를 열어가는 전략이다. 자립을 강요받는 위기에서 정부가 혁신의 주체가 되고 기업과 인민이 하나로 움직이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기술친화적인 14억 인구는 일상 속에서 AI가 스며든 제품을 사용하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데이터를 쏟아낸다. 그 데이터는 다시 AI+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AI+의 대상은 제조업(로봇)·금융·의료·교육 등 전방위적이다. 나라 전체가 AI 혁명의 실험장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의 “미국은 실리콘밸리에서만 혁신하는데 중국은 전국에서 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무섭다.

중국이 더 무서운 것은 스스로의 결핍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기초과학 연구가 취약하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은 “이론 없이는 돌파구도 없고, 미국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화웨이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800억 위안(약 34조2000억원)인데 3분의 1인 600억 위안은 기초 연구에 투입됐다.

중국 지도자들은 늘 공부한다. 마오쩌둥은 죽기 직전까지 책을 읽었다. “노동자도 없는데 사회주의 혁명을 할 수 있겠어?”라는 조롱을 받자 목숨 걸고 독서와 토론에 매달렸다. 마르크스·엥겔스·레닌의 경전(經典)에 없던 농민혁명에 성공했다. 당 간부들은 지금도 40일마다 집체교육을 통해 AI와 양자역학을 공부한다. 공허한 이론에 현실을 가두지 않고,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DNA가 중국식 AI 혁명을 탄생시켰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뚫고 탄생한 딥시크가 입증했다.

세계 드론 시장을 석권한 DJI는 홍콩 대학생이 캠퍼스에서 드론을 날리다 창업한 회사다. KAIST 운동장에서 드론을 날리려면 경찰에 신고하고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저장대 주추궈 교수가 창업한 딥로보틱스 기술은 한국에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 회사 소방로봇을 구매해 성장시켰다. 한국에선 어림도 없다. 우리도 규제는 풀고 지원은 확대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설 수 있다”는 사형수 때부터의 신념으로 디지털 혁명을 성공시켰다. 초고속인터넷 세계 1위, 최고의 정보기술 강국을 만들었다. 지구상에서 제조업 전 분야를 잘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제조업과 결합한 피지컬 AI, K의료·식품·문화와 결합한 버티컬 AI로 승부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면 인구·노동 부족과 높은 인건비도 해결할 수 있다. 이공계 인재를 파격적으로 대우해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망국적 ‘의대 몰빵’을 끝내야 한다.

2017년 바둑 황제 커제가 알파고에 세 판을 모두 지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중국은 수개월 만에 공격적인 AI 전략을 발표했다. 2016년 이세돌이 1승 4패를 했지만 한국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땅을 칠 일이다. 중국 AI 혁명은 충격이지만 우리가 잘하면 경제를 살릴 기회이고 축복이 된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아차하면 코리아 피크는 예정된 미래가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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