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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예약판매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돈을 주기 전 제때 상품권을 받지 못할 경우 판매자가 상품권 가격의 2배를 배상하거나 판매자의 주민등록증을 온라인에 게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독자 제공


불법 사채를 쓰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상품권 예약판매’를 알게 됐다. 이른바 ‘예판’을 A씨에게 알려준 이는 그를 불법 추심하던 사채업자였다. 예판으로 현금을 구해 빚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예판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상품권을 사고파는 거래다. 다만 현금과 그 대가인 상품권이 오가는 과정에서 시간차가 발생한다. 구매자는 상품권 판매자에게 바로 현금을 주는 대신 판매자는 일정 기간 뒤 상품권을 발송한다. 이런 방식 때문에 예약판매로 불린다.

보통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상품권이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등 단체 채팅방에서 구매자와 접촉해 거래를 한다. 양측이 적정선에서 거래를 하면 문제가 없지만 구매자는 먼저 돈을 주신 대신 매우 싼 가격에 상품권을 사는 구조라 불법 사금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사채업자가 연결해준 구매자 B씨에게 예판을 했는데 상품권 250만원을 3주 안에 보내주는 조건으로 현금 150만원을 받았다. 선이자 100만원을 제하고 돈을 빌린 셈이다. 기한 내 상품권을 주지 못하면 상품권 가격의 2배를 배상하고, 입금 후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조건도 달렸다.

상품권을 제때 못 보내면 직장이나 가족에게 전화하는 등의 불법 추심도 이뤄진다. ‘먹튀’를 했다며 주민등록증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올리기도 한다. A씨는 “사채 정리를 하려고 몇 차례 예판을 했다. 기한 내 상품권을 못 보내니까 B씨가 자정에도 부모님께 전화하더라”며 “상품권 거래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불법 사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상품권 예약판매 판매자들이 ‘예판’ 관련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구매자를 찾고 있다. 인터넷 카페 갈무리


예판을 통한 신종 사채 피해가 잇따르면서 예판이 ‘불법 사채’에 해당하는지를 묻거나 협박 등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불법 사채처럼 지인 연락처를 넘겼다가 협박을 당했다는 민원 등이 일부 있었다”며 “반대로 구매자가 상품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양쪽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최근 한 예판 구매자를 상대로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양주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은 상품권을 매개로 이뤄지는 신종 사채 수법을 대부업법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법원은 2019년 상품권을 할인 매입하는 행위는 ‘금전 대부’로 볼 수 없어 대부업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 벌어지는 사건들이 과거 대법원 판례 사건과 어떻게 다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불법 사금융 근절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예판을 대부업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사실상 금전 대부를 목적으로 예판을 하고, 신종 사채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현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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