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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혁명 현장을 가다<상>
어릴 때 오른손을 잃고 브레인코의 인공 손(바이오닉 핸드)을 장착한 중국 청년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뇌파 신호를 감지해 손을 조작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이 적용됐다. 인공 다리도 시판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바이오닉 핸드’로 불리는 인공 손으로 붓글씨를 쓰고, 악수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인공 팔과 다리를 만드는 중국 AI 혁신기업 브레인코에서의 경험이다. 중국에서는 수많은 장애인이 기존의 의족·의수를 벗어던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바퀴 달린 4족 로봇이 사막을 질주하는 단계로 발전했고, 중국의 전력·소방 시설에 투입되고 있다. 2016년 이세돌을 4대 1로 누른 알파고의 충격은 한국에서 벌어졌는데 천금의 기회는 중국이 잡았다. AI 기술 종합평가에서 한국은 6위로 전락했고, 2위에 오른 중국은 AI를 제조업과 접목하는 AIx의 선도자로 질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4월 이 같은 AI 기술혁명 현장을 둘러보고 “나는 미래를 보았다. 미래는 미국에 있지 않았다”고 견문록을 썼다.
양손을 잃고 브레인코의 스마트 인공 손을 착용한 남성이 한비청 CEO 옆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다. 장진영 기자

‘평화 오디세이’가 중국 AI 혁명의 현장을 찾았다.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2015년 닻을 올린 평화 오디세이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 상하이·항저우에서 AI와 제조업의 융합 현장을 돌아봤다. 홍 이사장은 “고종이 근대화가 늦으면서 신사유람단을 일본에 파견한 그 상황을 상기하게 됐다”며 “우리한테 주어진 이 3년 내지 5년의 시간을 활용하지 않는 한 피크 코리아라는 말이 좀 현실화되지 않을까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디세이 참관단은 가는 곳마다 한·중 기술격차가 뒤집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한국이 첨단 AI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는 방안을 모색했다. AI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되면서 중국에서 AI 혁명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삶과 산업 전반을 바꿔놓는 거대한 물결이 되고 있다.

항저우의 기존 대표 혁신기업은 알리바바였다. 이 혁신의 씨앗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더니 상하이·항저우가 포진한 장강(長江) 삼각주는 이제 ‘디지털 삼각주’로 불리며 중국 AI 혁명의 견인차가 됐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통제도 이 물결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화 오디세이가 중국 AI 혁명의 비결을 들여다봤다.

양 팔꿈치 아래로 첨단 의수(bionic hand)를 착용한 남자가 붓을 들었다. 책상에 펼쳐진 화선지에 일필휘지로 ‘幸福’(행복) 두 글자를 써내렸다. 큰 글자는 물론, 날짜와 이름을 담은 작은 글씨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바로 옆 키보드 앞에 앉은 남자는 오른쪽에 의수를 착용했다. 언뜻 보면 둔탁한 로봇손 같지만, 성한 왼손의 반주에 맞춰 의수 손가락 하나하나로 멜로디를 제대로 짚어냈다. 연주가 끝나자 옆에서 지켜보던 한 여성이 왼쪽 바지 아래를 걷어올렸다. 허벅지 아래가 첨단 의족이다. 여성이 간단한 설명을 한 뒤 전시장을 따라 걸어갔다가 돌아오는데, 의족을 착용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지난 1일 오후 방문한 항저우(杭州)의 대표적 신경과학 스타트업 브레인코(Brainco) 본사 전시장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브레인코는 2015년 미국 하버드대 뇌과학센터의 중국 박사 과정 학생 한비청(韓璧丞·38)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로 창업한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몸을 절개하지 않는 비침습식 BCI 기반의 스마트 의수를 개발했다.


본사는 원래 미국 보스턴에 있었지만, 2018년 중국 정부의 딥테크 기업 유치 작전 끝에 ‘알리바바의 고장’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항저우로 이사했다. 2019년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100대 발명품’에 올랐고, 이듬해 미 식품의약국(FDA)의 인증도 획득한 뒤 양산에 들러가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브레인코는 헤어밴드 형태의 뇌파 조절 장치를 통해 집중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웰니스(건강 관리) 제품뿐 아니라 자폐증·알츠하이머 치료 제품들도 개발 중이다. 브레인코의 2023년 매출은 1100만 달러(약 150억원)로, 지난해 1분기 매출이 2023년 한 해 매출을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기존에도 스마트 의족·의수 기업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브레인코는 절단된 팔과 다리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이용하는 기존 근전도(EMG) 기술에 첨단 BCI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을 더했다. 뇌파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을 이용해 생각·의지만으로 자연스럽게 손과 다리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또한 사용자의 근육과 신경 신호 패턴을 AI가 학습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개인화된 동작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닉 핸드의 경우 하나의 무게가 성인 남자의 손과 비슷한 530g에 불과하다. 휴지나 명함은 물론, 감자칩을 집어낼 정도로 움직임이 정교하다. 2023 항저우 아시안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서, 브레인코의 의수를 착용한 소년이 성화를 점화하는 장면을 통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브레인코의 스마트 의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공급된다. 브레인코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항저우 6소룡(小龍)’ 중 한 곳인 유니트리에 로봇손을 공급하고 있다. 브레인코는 현재 직원 300여 명에 누적 투자유치가 4억 달러(약 5450억원)에 달한다. 내년 말까지 홍콩 또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비청 대표는 ”스마트 의수를 사용하면 그림 그리기 등 손으로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며 ”10년 이내 100만 명의 장애인을 사회로 돌아오게 한다는 게 브레인코의 모토“라고 말했다.
평화오디세이
'평화 오디세이'가 딥로보틱스를 찾았다. 첫줄 왼쪽부터 이준호 한국 화웨이 부사장, 백서인 한양대 교수, 유영화 한국 화웨이 상임고문,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둘째 줄 왼쪽부터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 염재호 태재대 총장, 최갑렬 삼일건설 회장, 이광형 KAIST 총장, 박문수 미래와가치 회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 이정동 서울대 교수,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이철규 국회의원, 마지막 줄 왼쪽부터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윤태성 KAIST 교수,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혁 전 주베트남대사, 주완 김앤장 변호사,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김진호 단국대 교수, 정유신 서강대 교수, 조윤제(얼굴 가림) 전 주미대사, 임종인 고려대 명예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 박재근 한양대 교수,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 서민준 KAIST 교수, 김상배 서울대 교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송호근 한림대 교수와 정동영 국회의원도 참여했다. 장진영 기자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동북아의 경제·평화 협력을 추구하며 2015년 첫 출항했다. 전·현직 외교관, 여야 정치인,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첫 출항에서 북·중 접경지대 1400km를 답사하고, 2016년 러시아 극동으로 출항해 동북아의 긴장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2023년에는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답사를 통해 평화 구축 방안을 모색했다. 올해는 21세기 기술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AI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으로 출항해 한국의 생존 해법을 탐색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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