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3일 새벽 첫 식별 후 밤늦게 20시간 작전
“누구냐”, 대한민국 국군이다 안내하겠다”
지난해 8월 후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귀순’
작전 참여 병사 29박30일 특별 포상휴가
서부전선 철책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3일 새벽 3시 최전방 중서부전선인 경기 연천~파주의 비무장지대(DMZ). DMZ 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최초 포착됐다. 우리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된 형상은 사람의 발걸음. TOD는 물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탐지해 야간에도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구별해 포착할 수 있는 장비다.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는 휴전선 이남 지역 근처까지 다가왔고 우리 군도 움직임을 실시간 식별·탐지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사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 사안은 사단 지휘통제실을 시작으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등에 순차 보고되고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군은 자발적 귀순부터 휴전선 침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대 대원들을 중심으로 한 작전팀을 구성했다. 군은 섣불리 북한 인원이 있는 지역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해당 지역은 지뢰가 매설돼 있고 수풀이 높아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새벽이 지나 해가 뜬 한낮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움직임의 반경은 10m 수준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 앉거나 누워 우리 군이 움직임 포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북 인원은 해가 지고 나서야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저녁 7시50분쯤이다. 날이 어두워 지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군은 야간에 작전팀을 투입하기로 했다. 육군 중사를 팀장으로 한 작전팀은 밤 11시쯤 100m 넘는 거리에서부터 정체 미상의 사람과 접촉했다.

북 인원은 경계심 속에서 우리 군을 향해 “누구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작전팀 대원 가운데 중사 계급의 대원이 이 “대한민국 국군이다. 우리가 안전하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긴장감 속에서도 북 인원은 우리 군의 명령을 별다른 저항 없이 따랐고 곧바로 수심 1m 정도의 하천을 넘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방송 중단 조치로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일대는 고요하다. 연합뉴스


작전은 북 인원을 데리고 DMZ를 빠져나오기까지 오후 11시 넘게 진행돼 첫 식별부터 20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는 스스로를 민간인이라고 소개했으며 비무장 상태였다고 군은 밝혔다. 20시간이 넘는 '유도 작전'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북 인원은 비무장 상태였고 스스로 민간인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민간인이 남하해 온 지역은 미확인 지뢰가 있었지만 하천 특성상 흙이 드러나 있어 지뢰를 피하는 게 아주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뢰 등의 위치를 파악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이 아니거나 북한군에서 군복무를 마친 인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발적 귀순 가능성도 있다.

군이 신속히 작전을 펼치는 동안 북한 측에선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 한다. 현재 북한 민간인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에서 심문 등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을 넘어 북한 인원이 귀순한 것은 지난해 8월 20일이 마지막으로 약 320일 만이다. 당시 강원도 고성 지역 MDL을 넘어 북한군 1명이 귀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귀순자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DMZ 북한 측 지역과 휴전선 인근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과 대전차 방벽 등을 설치하고 있다.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후속조치다.

북한은 최근 MDL 일대에서 철책을 보강하고 대전차용으로 추정되는 방벽을 쌓는 등 전방 경계를 강화해 왔지만 그가 넘어온 지역은 그런 작업이 없었던 곳이라고 합참 관계자가 밝혔다.

이재명 정부 첫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두희 국방장관직무대행도 이번 작전의 모든 과정을 보고 받고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육군 미사일전략사령관 등을 지내기 전 여러 최전방 부대 지휘관을 맡기도 했다.

군 당국은 이번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병력들에게 포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귀순·유도작전에 기여한 육군과 해병대 병사는 사단장 표창과 함께 29박 30일 특별 포상휴가를 받았다. 소속 부대는 휴가를 떠날 때 부대 차량으로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294 미래 인류, 화성 이주했다 벼락 맞을라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93 美 재무장관 “협상 불발 국가, 상호관세 첫 부과 당시 세율 적용… 8월부터”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92 [Today’s PICK] 7월에 최다로 뛴 코스피…올해 ‘서머랠리’도 주목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91 "유튜브 2배속, 기억력 망친다?"…Z세대 속도 중독에 뇌 '적신호'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90 카트 끌고 약 쇼핑에 오픈런까지‥약사들은 반발 왜?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9 소비쿠폰, 쿠팡 안되고 치킨집에선 가능…지급 수단은 택1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8 러, 우크라 공습 지속…도네츠크 등지서 5명 사망(종합)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7 [사설] 통상본부장 이어 안보실장 급파, 가시적 성과 거둬야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6 SKT 해킹 사고 보상안에 고객들 ‘유지냐 해지냐’ 셈법 분주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5 버티고 버티다 결국…작년 폐업자 첫 100만명, 그중 절반 소매·음식점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4 ‘안전한’ 돈다발 [그림판]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3 독단 리더십 비판 목소리 커져… 여권서도 “이진숙, 부담스럽다”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2 푸틴 "서방, 반러시아 정책 추구하느라 내부 문제 악화"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1 위성락, 마코 루비오 등 면담… 관세 유예 시한 연장 ‘방점’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80 방미 통상본부장 “실리 최대화…관세, 산업·기술 협력 묶어서 협상”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79 [단독] "소비쿠폰, 식자재마트 허용을"…당정, 지방선 사용처 확대 검토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78 尹 구속영장 청구에 정청래 “즉시 감옥” 박찬대 “사필귀정”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77 미 재무 "8월 1일부터 협상 불발 국가엔 4월 발표했던 상호관세율 적용"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76 최측근에서 최대 정적으로…감세 반발 머스크, 신당 창당 선언 new 랭크뉴스 2025.07.07
52275 한스텝 빠른 조은석 스타일… 내란특검, ‘n차 소환’ 대신 속도전 new 랭크뉴스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