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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여성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산
폭염에 남성들 사이서도 관심 커져
일부 ‘남자답지 못해’ 시선은 여전
전국적으로 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6월2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시민이 양산을 쓰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린 6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양산을 쓴 많은 시민들이 오갔다. 남성 직장인 박지학씨(35)도 검은색 양산을 고쳐 들었다. 30도가 넘는 햇살과 찜통더위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양산이 만든 그늘 아래에 있던 박씨의 표정은 풀렸다. 거리에는 박씨 외에도 체크무늬·연두·분홍색 등 가지각색의 양산을 쓴 남성들이 지나갔다. 박씨는 “옛날엔 레이스가 달린 양산밖에 안 보였는데 요새는 남성용 양산도 잘 나와서 주변에서도 많이 쓰고 다닌다”며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양산이 있으면 훨씬 다니기 편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이어지는 폭염에 박씨처럼 양산을 애용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만의 ‘여름철 아이템’이라던 말은 무색해졌다. 이들은 “주변 눈치가 보이긴 한다”면서도 “더위를 피하는 일에 성별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양산을 쓴 시민이 지난해 8월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을 걸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양산을 향한 남성들의 관심은 늘고 있다. 특정 단어의 검색 빈도를 0에서 100까지로 보여주는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2022~2024년 최근 3년간 전체 연령대에서 남성이 양산이란 단어를 검색한 빈도는 6~8월 기준 85~100으로 나타났다. 포털사이트에 ‘남성용 양산’을 검색하면 1500개가 넘는 구매 후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이들은 “이제 남자에게도 양산은 필수품”, “남자도 양산을 쓰고 다니는 시대니 부끄러워 말라” 등의 글을 남겼다.

최사무엘씨(45)는 “남자가 양산 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실제로 못 봤다”며 “요즘 같은 날씨에 양산이 있으면 훨씬 덜 더워서 좋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양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김민규씨(26)는 “폭염이 너무 심해져 쓰기 시작했는데 체감 온도가 낮아져서 좋다”며 “친구 중엔 ‘남자가 뭐하러 그런 걸 쓰냐’며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 눈치 보지 말고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가 가동 중인 가운데 한 시민이 양산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그럼에도 ‘양산을 사용하면 남자답지 못한다’는 편견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강경원씨(64)는 “양산은 여자들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남자가 쓰긴 낯부끄럽다”고 말했다. 정연진씨(66)도 “모자나 선글라스는 괜찮지만 양산은 남자가 쓰기 좀 그렇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엔 최근까지도 “남잔데 양산 쓰니까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다”, “양산 쓰면 하남자(소심하거나 용기가 없는 남성)라는데 그냥 하남자 하고 싶다” 등 양산을 쓰고 싶지만 눈치가 보인다는 취지의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양산을 애용하는 중국인 강지량씨(41)는 “중국이나 일본에선 양산 쓰는 남자가 많은데 한국은 남성주의가 강해서 그런지 잘 안 보이는 것 같다”며 “햇빛을 피하는데 성별을 따지는 건 웃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학생 줄리안(19)도 “남자는 양산을 쓰면 안 된다는 말을 듣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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